그래서, 요즘은 좀 어때?
명은 품 안의 아이를 천천히 흔들어주며 물었다. 의겸은 그가 조금이라도 의겸의 안부를 궁금히 여겨 그 질문을 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명은 아이에게서 한 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으므로 그의 표정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표정은 너무나도 짐작이 갔지만―그는 웃고 있었을 것이다, 의겸의 무엇이라도 걸 수 있다―, 그가 지금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괜찮게 지내고 있길 건성으로 바라고 있을 뿐인 것은 아닐까 하고.
뭐어,
의겸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적당히 좋은 대답 정도야 얼마든지 들려줄 수 있었지만 어쩐지, 그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듯한 기분을 조금 구겨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어찌됐든 의겸의 형이었다. 의겸은 그를 사랑했고, 의겸의 결핍에 대해 한 마디 토해봤자, 나아지는 것 없이 모두가 불편해질 뿐이었다.
궁금한 게 있긴 한데…….
의겸은 홀로 갈등하다 다른 질문을 꺼냈다.
형님, 우린 얼마나 살게 될까요?
그건 적당히 좋지도 편하지도 않은 이상한 질문이었다. 어쨌건 명이 고개를 들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무슨 말인데?
어머니 말입니다. 어머닌 오래 사셨잖습니까.
명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잠시 안경 너머로 의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겸이 그 시선을 누리기도 전에 다시 아이에게로 눈을 돌렸다. 잠들어있는 아이는 아주 작고, 어렸고, 지금 이 순간 죽음이나 수명에 대한 이야기와는 가장 동떨어진 존재처럼 보였다.
내가 아는 게 맞다면 324년인데 잘 모르겠네.
……그렇습니까?
모든 마법사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니야. 수명이 길긴 하지만, 그 분은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셨으니까. 이미 돌아가신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도 몇 년이나 더 사셨는데 그 땐 정말 끔찍했지.
파문 당하신 줄로 알았습니다만.
그 정도는 뵙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너도 느낀 게 있었으니 연락한 거 아니야? 돌아가셨을 때, 바로.
…….
아무튼, 말하던 명이 가볍게 고개를 젓는 것으로 화제를 환기했다.
나도 오래 살려고 노력하긴 할 거야. 이 애에게 아버지가 없는 삶에 대해 알려줄 마음은 없으니까. 네 형수도 있고. 그 분만큼은 오래는 아니겠지만,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그렇습니까.
그래서, 그건 왜 물어봐?
저는…….
입 안에 남아있던 술기운이 새삼스럽게 목구멍을 긁었다.
마른 침을 삼키자, 의겸은 뱃속까지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 앞에 앉아있는 명은 보석처럼 단단하고 견고해보였다. 윤이 도는 것 같았다.
어리고 외롭던 시절, 의겸에게 열 아홉이 되거든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죽여주겠노라 말했던 사람과는 굉장히 같고도 다른 사람이었으므로, 조금 생경했다. 의겸은 그가 그 약속에 대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는 것인지, 이미 잊어버리고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애초 그 때의 일을 염두에 두고 안부를 물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혼자서 궁리해봤자 의겸은 어차피 알 수 없었다. 그랬으므로,
저도, 좀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열 아홉에 했어야 할 말을 고했다.
어쩐지 혀가 굳어서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힘을 내어, 천천히, 최대한 또박또박 말했다.
명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의겸의 죽음에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의겸 없이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사람이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의겸은 교연에 대해 몇 마디 첨언할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그 말들이야말로 명의 미간을 구길 것이 분명했다.
그래?
네.
대답하면서 의겸은 희미한 오한을 느꼈다. 날갯죽지나 목 뒤, 척추의 뼈마디 사이 사이에 눌어붙어 의겸의 자세를 받쳐주던 어떤 힘이 소리없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사실, 어머니가 눈 감은 순간 느꼈던 것과 아주 비슷한 감각이었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네.
그렇죠?
명이 대답 대신 낮게 웃었다.
Written by Appeal
이걸 쓰려던 게 아니지만 조금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필요해서 적어봄
명이 말을 놓은 건 애 낳고 부터고 의겸인 무척 서먹했었는데 글에 언급하기 귀찮아서 코멘트에 적어보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