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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하는 소언

이시영



"그래도 신호는 지켜야죠. 빨간 불인데 건너면 위험하잖아요."


이 시영.

28세, 남자. 3월 8일생, 물고기자리 AB형. 1남 1녀 중 막내. 슬하에 1녀.

서울시 공무원, 용산구청 민원여권과 소속 주무관.


183-70. 이마를 덮는 생머리에 가는 철테 안경. 깨끗한 셔츠에 넥타이, 계절에 맞는 비즈니스 룩에 까만 구두나 가죽 스니커즈. 직장 밖에서는 수수하게 입은 대학생이나 고시생 정도로 보일 때도 많다. 용모 면에서는 흠이 거의 없는 얼굴이지만, 순하고 싱거운 인상이라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장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학부생 시절엔 여자 후배들에게 은근한 동경을 받던 바로 그 과 오빠였지만... 고된 세상의 풍파로 천천히 절어가는 중. 종종 눈이 충혈됐거나 눈 밑에 그늘이 내려와 있다. 근무 중에는 기계적으로 친절한 미소를 짓는다.


생긴 것 만큼 유순하고 모난 곳 없는 성격으로, 양보와 배려를 미덕으로 삼고 살아왔다.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나, 모든 사람들에게 착하고 친절한 나<-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높은 자존감 덕분에 웬만한 일엔 좌절하지 않는다. 충돌은 최대한 피하고 현상은 단순하게 이해하는 사고방식도 스트레스 관리에 한 몫 하는듯.

↑의 이유로 싫은 소리를 잘 못 한다. 좋게 거절하는 법도 몰라 망설이는 사이 휩쓸리기도. 본인에게 악의가 없고 남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눈치없는 타이밍에 성인군자 같은 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의 눈치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자기 딴에서는 늘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사실이기도 하고)...


○○대 사학과 07. 일찍이 연구실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자친구가 임신하게 되면서 보습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다(과목은 국어/사회). 여자친구와는 식 없이 결혼해 동거했지만 생활 패턴이 변하고 직장 및 육아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갈등 끝에 이혼했다. 이대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겠단 위기감을 느끼고 칼퇴근이 가능한 직업을 찾은 결과가 공무원인 셈. 2년차.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누나(호영, 34)와 큰 굴곡없이 잘 배우고 잘 자랐다. 누나도 초등학교 교사. 군복무 중에 누나가 결혼하고 양친이 돌아가시고, 서류 상으로 혼자 남게 될 때까지 쭉 선의 속에서 위기감없이 살았다. 제대 후 처음 사귄 여자친구가 솔이 엄마로, 아이를 낳은 뒤에야 겨우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딸(솔, 3)을 아주 사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이가 없었다면 포기하지 않아도 됐을 것들이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책임감을 느끼며 부지런히 일하고 양육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비흡연자. 군대에서 배워왔는데 딸 때문에 바로 끊었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들뜨고 평소보다 격없이 말한다.


좋아하는 것은 고기와 과일. 요즘은 과일을 사면 딸에게 먹이느라 자긴 거의 먹지 않는다...

싫어하는 건 풀로만 된 음식과 진상, 싸움, 큰 소리.


+


<막간 Q&A 요약>

- 자가용: 누나가 모는 거 빌리다 빌리다 거의 자기 차처럼 된 상태인 누나 차 민트색 레이. 이름은 밍키.

- 집: 모교 근처 원룸촌에서 전세. 여기서 신혼생활도 했었음

- 전처: 2살 연상의 직장인. 양육비는 받고 있는 것 같은데 만나거나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

- 누나: 기혼. 매형 직업도 초등학교 교사. 조카는 남자애고 솔이보다 두 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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