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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Jin




 "진……."


 작게, 미워하는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루스가 누구보다 존경했던 여자의 이름이기도 했다. 사랑할 뻔 했던 몇 안 되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루스의 친구였고, 전우였으며, 사실상 루스에겐 이제 그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가 세상을 구하고 있는 게 맞아요?"


 루스는 목소리의 떨림을 애써 누르며 물었다.

 하지만 루스도 루스가 누르고 있는 것이 불안인지, 분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아니."


 그녀는 루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하고 있었다.

 루스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휠체어가 창 쪽으로 놓여있기 때문에.

 이 가련한 여자는 걸을 수 없게 된지 오래되었다. 스스로 휠체어의 방향을 돌릴 힘조차 이젠 남아있지 않다. 때문에 루스가 그녀에게 총을 겨누고 서 있는 순간에도, 벌건 석양에 온 몸을 고스란히 얻어맞고 있을 뿐이다.


 "아니야, 루시."

 "……."

 "꼭 필요한 희생 같은 건 없어."


 이 세상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건 세상을 구하려던 노력의 대가였다. 그녀 역시 이변의 희생자란 사실을 루스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하는 게 나의 일이지……."


 모를 리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끌어안고 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루스는,


 루스는, 오늘도 같은 날의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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