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들어온 거야? 얼굴 잊어버리겠어, 도련님."
"두 달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그럼. 저녁은? 마침 요리 중인데."
"아, 저도 같이 괜찮을까요?"
"응응, 괜찮아. 영이는 저쪽 방."
쇼핑백을 받아든 희소가 턱끝으로 한쪽 방의 문을 가리켰다.
의겸은 공항에서부터 그 방까지 한 걸음도 낭비하지 않았다. 물론 동선을 깨끗하게 뽑을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메신저로 보내준 동영상 덕분이었다. 16초 가량의 짧은 영상 속에서, 어린 조카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소리의 차이에 귀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썩 귀여웠다. 도레미. 도-레-미. 도. 도. 도레미, 솔. 처음엔 조카의 귀여움에 감동했을 뿐이지만 몇 번 돌려보면서, 조카의 옆에서 연주를 독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집으로 오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겠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삼촌."
"우리 영이, 잘 있었어요? 그새 더 예뻐졌네. 우리 영이."
"영이 안 잊어버렸어?"
"그럼. 삼촌이 영일 왜 잊어버려요."
조카는 동영상 속에서 본 하늘색 원피스 차림 그대로였다.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자, 영은 키스와 함께 의겸의 목을 바짝 끌어안았다. 셔츠깃 너머로 느껴지는 촉촉한 체온에, 새삼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기분좋게 아이를 안아올리면서, 의겸은 방 안에 있던 또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의겸과 영을 바라보고 있다. 소매를 걷은 모양을 보니 오늘 영의 피아노 교사로 활약한 것이 맞았던 모양이다.
"교연 군."
"어. ...이리로 왔네?"
교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색하게 물었다.
무척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현이겠거니 하고,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참고로, 의겸이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건 이 사람 때문이다.
"네, 군이 여기 와 있는 것 같길래."
"내일 온다며."
"내일 일정이 앞당겨져서요. 군에게 먼저 연락하려고 했습니다만, 형수께서 힌트를 주셔서."
"아. 아까 그거."
잘 안겨있던 영이 아, 하고 교연의 감탄사를 작게 따라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라 의겸도 교연도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응? 왜요?"
"삼촌, 작은 삼촌하고도 해야 돼. 인사."
"아, 맞아. 그래야겠네요. 우리 영인 정말 사려깊은 아가씨라니까."
영이 속삭이듯 조언해줬으므로, 의겸은 눈을 가늘게 휘며 웃어버렸다.
"이리 오십시오. 인사를 생략하면 영 양이 슬퍼하니까요."
아이를 피아노 의자에 다시 앉혀주고 나니 겨우 손이 비었다. 의겸은 엄숙한 척 표정을 정돈하며 교연을 향해 팔을 벌렸다. 교연은 힐끔 영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지만, 영이 조용히--약간 엄격한 눈으로--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서 잠시 눈을 맞추곤, 서로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눌러주었다. 의겸은 그 상황이 무척 즐거웠으므로 '인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큭큭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용 인사네요."
"그런 말 하지 마."
"그럼 더 예뻐졌다고 해드릴까요?"
"……."
"어쩜, 우리 연이--"
"--하지 마."
저녁 먹자~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소의 목소리가 교연을 구제해주었다.
Written by Appeal For JHyun
나도 사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흰님을 위해'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