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선하는 일어나 앉아있었다.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등이 평소보다 작고 구부정하게 보였다. 그 등을 바라보며 란씽은 그가 자다가 일어났을지 아직 잠들지 못한 것일지 가늠해보았다. 둘 다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선하는 늦게 자는 편이었고, 또한 란씽이 알기로, 술을 마셨을 때가 아니면 늘 짧은 조각잠을 잤다.
"혹시 나 때문에 깼어요?"
선하가 돌아보았다.
미안하다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란씽은 선하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사실, 선하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란씽은 그가 품 속에서 무엇을 해도 거의 감지할 수 없었다. 깨어있을 때에 가슴에 손자국을 내거나 어깨에 벌건 멍을 남겨도 다음 날 아침에 거울로나 확인할 때도 많았다.
"아니."
란씽은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할 것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방금은 그 대답이 선하를 슬프게 한 것 같았다. 잠시 말이 없던 선하가 시야에서 슬그머니 없어졌다.
"그럼 다행이고요."
곧 체중이, 체중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부드럽게 달라붙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기척과 무게 뿐이었지만, 선하가 가슴 위에 손을 얹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란씽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잘 자요. 응, 선하도. 란씽이 습관적인 대답을 하는 동안 이불만이 조금 부스럭거렸고, 그 뒤는, 아주 조용해졌다. 란씽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누워있다가, 머지 않아 선하도 그렇게 하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선하?"
침묵을 깨는 것이 조심스러워 아주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러자 선하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선하가 가슴 위에 뺨을 기대고 있었다는 것은 그 때야 알 수 있었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응."
"안 자?"
"당신은요."
선하가 웃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거리기 시작했다. 저랑 누워있으니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거 아니냐는 둥, 단둘이니까 지금은 말해도 된다는 둥. 그 말들이 농담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란씽은……, 그보다는 그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선하가 실제로 그를 괴롭게 하는 무언가에 대해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므로, 그렇게 짐작하는 것은 실례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란씽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그의 곁에 남아있는 것뿐이었다.
단둘이었지만, 매일 눈이 붓도록 울면서 잠들 수는 없었다.
"내일 회의 아침이야. 일찍 일어나야해."
그 생각이 그리 즐겁지 않았으므로 란씽은 결국 의미없는 말을 한다.
"알아요. 그리고 당신은 늘 일찍 일어나잖아요."
선하도 비슷한 식으로 대꾸했다.
못 하나 없는 손이 이불 밖으로 나와 란씽의 뺨과 입술을 몇 번 쓰다듬은 것으로, 아니 란씽이 그 손을 잡아 몇 번 입맞춘 것을 끝으로, 희끄무레한 천장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직 누구도 잠들지 않았다는 걸 두 사람 다 알고 있었지만, 슬슬 쉬어야 내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이젠 달라지는 것이 없다.
란씽은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다가, 잠시 턱을 당겨 품 안을 곁눈질해보았다. 선하가 눈을 감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연인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이불과 란씽 사이에 끼워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