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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Double Motivation




 포커 테이블에서의 선하는 평소의 선하보다 훨씬 알기 어렵다.
 패가 나쁠 때도 좋을 때도 웃는 얼굴이 기본. 안경알 밑으로 언뜻 눈빛이 변한 듯 보여도, 심중을 함부로 짐작할 수는 없다……카드로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것도 사실 선하다. 승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까―선하도 같은 생각으로 임하는 것 같고―, 란씽은 너무 휘둘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패를 만들 뿐이다. 그러다 종종 란씽이 생각한 대로 판세를 이끌 때면 선하는 지고도 기뻐보였다.
 많이 늘었네요, 란씽.
 그렇게 말하며 동전을 밀어주곤 했다.
 우리 과에서 포커로 제일 강한 거 아닐까? ...아니야. 선하, 다 안 걸었어. 아, 날 오링내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뭐야? 올인이랑 달라? 어……. 비슷한 뜻이긴 한데, 당신은 몰라도 돼요. 무튼, 내일 빨래방에 갈 동전이 필요해서 남긴 거였는데. 빨래방? 아, 빨래방은요 어쩌고저쩌고. 짧은 말이지만 란씽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일은 착실히 늘어났다.

 "그…….
 ...늘었네요, 란씽."

 방금, 난감한 듯한 표정으로 선하가 같은 말을 꺼냈다.
 포커를 하던 중이 아니라 조금 의외였다. 란씽은 의아한 눈으로 선하를 바라보았다. 안경을 벗었기 때문일까, 머리 모양이 흐트러져서일까, 뺨이 붉어져서일까, 평소보다 훨씬 속을 알기 쉬운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선하가 쩔쩔매고 있다니, 이상했던 것이다.

 "뭐가?"

 묻자 선하가 작게 눈썹을 찡그렸다.
 란씽은 그가 자신의 눈을 피하려 했다고 생각했다. 란씽과 떨어지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선하?"
 "아니 그게……. 저 조금, 기분이……."
 "기분?"

 그건 싫다고, 란씽은 생각했다.

 "기분 나빴어?"
 "그런 건 아닌데요……."

 선하와 눈을 맞추려 란씽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말해주길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저도 모르게 거듭 재촉하게 된다. 그럼 뭐냐고, 그에게 받던 것처럼 쪽, 조르듯 입술을 붙여본다. 정말, 란씽! 얼굴을 붙잡혔다. 다행히 이젠 아까처럼 불안해보이진 않았다. 혹시 아팠어? 심각해져서 묻자 선하가 어쩐지 한숨을 쉬었다. 돌려주듯 란씽의 입술을 꼭 물었다, 꼬옥. 반 박자 늦게 얼얼함이 퍼졌다. 선하는 란씽이 통증을 느끼고 꿈틀거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놔주었다. 아픈 건, 이게 아픈 거죠.
 ……. 의도는 확실히 전해졌다. 덕분에 선하도 란씽도 한 숨 차분해졌다.

 "키스요."
 "무슨 말이야?"

 얼얼한 감각에 아랫입술을 핥으며 되물었다.

 "늘었다구요. 키스."
 "...느는 거야?"
 "……."

 의미없는 질문을 했단 생각이 들었을 때엔 이미 선하도 쓴웃음을 짓은 뒤였다.
 하지만 직전까지 했던 키스는 란씽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선하의 마음에도 들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입 안이 끈적끈적해질 때까지 서로 얽혀있었다. 혀를 빨아올렸을 때 그가 낮게 목을 울린 것이 기억났다. 쑥스러워져서 제동을 걸었던 게 아닐까, 늦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선하는 그 모든 걸 포커 때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이번엔 어쩔 수 없겠다며 마지막 동전까지 걸어주지도 않았다.
 다만, 란씽의 목에 다시 팔을 걸어온다.

 "당신은 몰라도 돼요."

 마지막 말은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떤 말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왜 썼는지조차 이젠 모르겠지만 주워왔으니 제목을 붙여본다...(오글
제목은 미리미리 지어두는 게 왜 좋은 습관이란 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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