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떻게 알고 왔을까.
보통 그건 선하만 아는 일이었기 때문에 란씽의 방문은 몇 번을 겪어도 비밀을 들킨 듯한 기분을 주었다. 왜 가장 약하고 비참할 때에, 선하가 가진 문 한 짝마저 선하를 온전히 가려주지 못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 부끄러운데도, 부끄러울 일에 대비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심 그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기대하게 되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서고의 패스워드를 알려준 건 선하였고, 이제 와서 란씽에게 오지 말아달라든가, 나가달라고 하기에는 면목이 없었다.
어차피 뭔가 말할 수 있는 기분도 아니었다.
…….
하지만 그에게 기분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있긴 했었나?
손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
축축하게 젖은 손이 미안하다고,
닿는 뺨이 뜨겁다고,
무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오늘같은 밤엔 당신이 있다고 해서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밤에도 좋은 점이 생겼다고 말할 힘이, 언젠가는 남아있을까?
만져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한 적은 없지만, 선하는 살며시 그 뺨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하면 란씽이 소리없이 안심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선하는 손 안의 체온을 확인하듯 손바닥에 힘을 실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곳과 얇고 딱딱한 곳, 나오거나 들어간 곳, 그의 얼굴 생김 생김이 요철대로 감겨들었다. 선하는 조심스레 뺨을 만지고, 턱뼈의 모양을 더듬어보고, 귓가에 돋은 솜털이나 뒷목의 까끌한 머리카락 따위를 쓸어보았다. 란씽은 선하가 그러는 동안에도 손을 놓지 않아주었다.
아. 이 이유없이 억울하고 서러운 밤을 다른 사람의 접시에 덜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선하가 이런 밤을 씹어삼키는 동안이면, 손 안에 종종 란씽이 들어왔다. 선하의 손 안에서, 그도 그 몫의 밤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꽤 낭만적인 일처럼 들렸다.
이런 것까진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선하는 생각했지만, 머리가 시키는 대로 몸에 힘을 주는 것은 때때로 너무 귀찮았다.
란씽이라면 무례를 용서해줄 것 같단 근거없는 믿음도 있었다.
…….
그래서,
(그래서라니,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선하는 란씽의 목을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차피 그를 완력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었고, 말로 허락을 구할 기분도 못 되었다. 그러니까 느리게……, 선하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그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그는 손쉽게 끌려내려왔다.
다행히 그도 눈을 감는 것 같았다.
이것도 한없이 감상문에 가까운 로그ㅠㅠ....ㅠㅠㅠ... 제목은 맞춰보았다.
다른 제목은 Keep it simple and short.
(말을 잇지 못한다)
(말을 잇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