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씽이 오기로 되어있었다. 선하는 긴급 호출에 불려갔다가 돌아오는 리무진 속에서 그 일정을 기억해냈다. [이따 갈게.] 아침에 받은 텍스트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선하는 그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혹사당한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므로, 선하는 기사에게 조금 더 속력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거기까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선하가 불려나가기 전까지 열중하고 있었던 것에 있었다. 서재 안에 란씽이 서 있었다.
선하는 즉각 란씽에게 출입 카드를 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건 무척 비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뇌의 퓨즈가 불타 끊어질 것 같은 순간에 직접 현관까지 나가서 문을 열어줄 여유는 없으니까. 선하는 독심술사가 아니었으므로 란씽이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란씽이, 그 책상 위에 펼쳐놓고 나간 것들에 무심코 눈길이라도 주었다면…….
"봤어요?"
"……선하."
"그럼 알겠네요."
선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란씽도 알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는 하지 말아요."
선하는 란씽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란씽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를 지켜봤고, 그를 관찰했고, 그를 분석했고, 그를 연구했으며, 그를 감시했다. 선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과거와 그의 현재와 그의 앞날에 대해 천 란씽 본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아닌 누구라도 그 책상을 보았다면 선하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난 정책국의 최고자산이에요. 당신은 그 센티넬의 가이드죠.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비통한 기분을 견딜 수 없었다. 가장 들켜서는 안 될 사람에게 치부를 보인 충격이, 불에 데인 듯 타는 뇌의 고통을 간신히 누르고 있었다. 선하는 몸의 한계가 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와 닿고 싶지 않았다.
아니 거짓말이다.
누구보다도 그와 닿고 싶다.
감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선하는 그냥 란씽이 보고 싶었다. 그가 그리웠고 그가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선하는 그를 갖고 싶었다. 아무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다. 언제고, 하고 싶은 건 그와 마주 바라보는 일이었다. 사실 그가 없으면 선하는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내가 당신을 원한다고 말하면 당신은 날 영영 거절할 수 없게 돼…….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선하의 말에는 힘이 있다.
선하의 예측에는 언제나 오류가 없고, 선하의 답은 언제나 올바르고, 선하의 판단은 언제나 가장 바람직했다. 합리적인 예지자이자 초월적인 전략가였으므로, 늘 경외받았다. 예언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았으므로 선하의 손에는 무엇이든 들어왔다. 선하가 남용하려 하지 않아도 그 힘은 다른 힘을 끌어당겼다.
"어차피 당신은 내게서 벗어날 수 없잖아요.
내게 삶이 묶여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 이상 바랄 수 있겠어."
가장 원하는 것은 그런 힘으로 얻을 수 없다.
선하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억지로 가지려 들어서는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들키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안 그래도 너무 상냥한 사람이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열이 끓었다. 선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신호가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었다.
카펫 위를 달려왔을 텐데도 란씽의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누군가가 넘어지기 전에 란씽이 선하를 잡았다. 살기 위해, 단지 인간으로 살기 위해 그에게 팔을 감으면서도, 선하는 왜 자신의 일은 예지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긴급 호출에 서둘러 불려나간 것을 열렬히 후회했다. 귀를 괴롭히던 소음들이 고요히 잦아들었다. 불행한 사건들과 그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들이 아득히 멀어졌다. 선하는 그 순간마다 그에게 구원받는다고 느꼈다.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그 기분을 선하가 그에게 줄 수 있다면.
그가 한 순간이라도 선하를 필요로 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텐데.
"못 본 걸로 해요."
"약속할게."
"제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내가 지킬 거야. 당신은 행복해져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아무도 당신을 방해할 수 없도록, 당신이 당신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도록. 지켜줄게요.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 날 믿어요. 맹세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농담 아닌 거 알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 알잖아요.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방금 본 건 잊어줘, 제발, 나를……."
선하는 애걸하듯 속삭였다. 숨이 차 헐떡이면서도 쉴새없이 말했다. 란씽이 듣고 있는지 듣고 있지 않은지도 몰랐다. 설령 미치광이의 말로 들렸을지라도 상관없었다. 란씽이 들어주지 않는다 한들,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센-티-넬-버-스로 선하가 센-티-넬인데 선하가 맛이 간 로그...☆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원한다고 말하면 당신은 거절할 수 없게 돼." 라는 대사를 치고 싶었을 뿐
인데 모니터가 픽픽 꺼지는 바람에 많은 시간이 공중에 날아갔다 고통받았지만 나는 고통을 이겨냈다...(저기
내 남자의 청순한 눈새력으로 책상 좀 봤다고 선하 맘을 알 수 있을까 싶지만
애정 이외의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을만큼 치열한 뭔가를 봤다고 해두자
본문 중에 사실 원작의 선하가 란씽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두 세 줄 정도 쓰여있는데,
이 로그에? 랄지 이 세계관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어레인지해서 끼워넣어보았다(세계관 차이로 훨씬 병든 생각이 되었지만 상관없겠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내가 원한다고 말하면 당신은 거절할 수 없게 돼." 라는 대사를 치고 싶었을 뿐
인데 모니터가 픽픽 꺼지는 바람에 많은 시간이 공중에 날아갔다 고통받았지만 나는 고통을 이겨냈다...(저기
내 남자의 청순한 눈새력으로 책상 좀 봤다고 선하 맘을 알 수 있을까 싶지만
애정 이외의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을만큼 치열한 뭔가를 봤다고 해두자
본문 중에 사실 원작의 선하가 란씽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두 세 줄 정도 쓰여있는데,
이 로그에? 랄지 이 세계관에서 좀 더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어레인지해서 끼워넣어보았다(세계관 차이로 훨씬 병든 생각이 되었지만 상관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