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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인터비유




낫지 않을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기침처럼 이상한 재난이 자꾸만 일어나는 도시, 이상한 능력을 갖게 되어 시름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최근 그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중앙수사국의 특수재난 담당부서를 배경으로 한 이능력 수사 드라마 <SPEDIS>는, 매니아 층이 형성되어 추가 시즌이 편성된 만큼 2년 내내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두 시즌 내내 개성강한 요원들을 살뜰히 서포트해온 랩의 채 박사에게도 종방 소감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 종방 기념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그는 선하만큼이나 온화한 표정이었다.

- 종방 축하드린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당연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작품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섭섭한 마음보다는 이렇게 됐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냥 동료들과 내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 채선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코멘트하자면.
SPEDIS는 일단 현장 요원 위주로 돌아가는 드라마다. 사건을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현장에 가게 되는데 선하는 늘 랩에 있기 때문에, 한 화에 1~2분 나와서 종이 씹는 게 전부일 때도 많았고(웃음)... 그래서 나도 선하에 대해 천천히 알아나가야 했다. 그래도 진행에 꼭 필요한 역할이었다곤 생각한다.
아리송 씨(작가)에게 물어보니 착할 선에 물 하를 쓰는 이름이라고 하더라. 이름 같은 캐릭터였다.

- 확실히 초반엔 비중이 굉장히 적었다. 기믹으로 쓰는 팬들도 있던데.
첫 시즌 땐 정말 촬영장에 가도 할 게 없는 날이 많았다. 대본 여유가 있을 때엔 랩 촬영을 몰아서 했었고, 그나마 많이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빨대 씹으면서 한 두 시간 촬영하면, 그거 다 오디오로만 들어갈 때도 있고(웃음). 그래도 나중엔 좀 형편이 나아졌다. 사실 특수능력도 없는 줄 알았는데……. 새 시즌에서 작가님이 설정을 좀 신경써서 붙여주신 것 같다. 여러 가지 면을 염두에 두고 연기할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많이 배웠다. 그리고 선하의 비중을 너무 놀리진 말아줬으면 한다. 내겐 데뷔한 이래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였는데(웃음).

- 그 전까지의 필모를 보면 단면적인 배역이 많은 편이었다.
착한 조연 말이지? 또래 중에 재벌 2세 친구를 제일 많이 해 본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작품 외적으로 생각해보면 인복이 좋을지도(웃음). 착하게 생긴 얼굴이라는 이야기는 데뷔 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얼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로 모자란 연기력을 커버할 수 있었다고 할까. 선하도 일단은 그런 캐릭터로 시작했고.

- 실례겠지만, 실제 성격도 얼굴처럼 유순한 편인지?
라면이나 극중 캐릭터도 아니고 순한 맛 매운 맛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겠지. 그래도 뭐, 모난 성격이란 얘긴 들어본 적 없다. 이거 얼굴이 커버해줘서려나(웃음).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날을 세우고 싸울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럴 나이는 지나기도 했고. 그렇다고 내가 선하 같은 성격이란 건 아니다. 선하처럼 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웃음).

- 동의한다. 배역에 몰입하다가 신경통이나 위장병이 생기진 않았냐는 질문을 준비해왔는데.
정말? 선하를 좋아하는 분이신가보다. 보통은 선하에게 신경통을 유발시키는 요원들 쪽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나 싶은데(웃음). 이번 시즌에는 대본을 읽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챙겨먹었다. 그래도 늘 놀랄 일은 놀랍지. 나야 약의 도움을 받았지만, 선하라면 빨대를 씹으면서 어찌어찌 극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끊임없이 뭔가 씹고 있었다. 그 습관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라리 껌을 씹으면 좋았을텐데. 일단은 껌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소품 담당이 좋은 분이셔서, 무독성 메모지로 준비해주신다.
(무독성 메모지는 맛이 다르냐는 질문에) 아니, 그럴 리가. 종이는 종이 맛이다.

- 극중에 러브라인이 있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어땠나?
아리송 씨(작가) 말로는 전 시즌부터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 내 생각에 거기까진 거짓말 같은데(웃음) 뭐 지난 시즌에서 너무 일만 열심히 하기도 했고……. 짐작가는 것도 몇 가지 있어서, 새 시즌 들어오면서는 마음의 준비를 조금 하고 있었다. 상대가 란씽일 수 있겠단 생각도 했다. 퀴어 코드가 요즘 유행하기도 하고. 

- 짐작했던 이유가 있다니 당장 얘기해달라. 그게 이 기사를 살리는 길이다.
예전부터 페널티를 견딜 때 하늘색 나비(※)를 떠올려달라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에……. 대답이 됐을까?
말을 붙이자면, 선하는 사생활이란 게 거의 없는 캐릭터 아닌가. 누군가와 술을 마시러 밖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좀 유별난 상황 같았다. 술친구라니. 랩에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난 선하가 부서 내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란씽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란씽 쪽에서 고백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대본을 봤을 때 놀라긴 했다.

(편집자 주: 전 시즌 XX화에서 란씽이 놓던 하늘색 나비 수. 이변적인 이유로 천 밖으로 튀어나왔다. 휴게실에서 선하와 함께 목격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 촬영하면서는 어땠나?
비화라고 말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진지하게 임했고 NG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미가 있는 장면이라 좋아한다. 페널티를 적나라하게 들키는 내용이라 연기하기는 힘들었지만(웃음).

- 그렇다면 말할 만한 촬영장 비화를 듣지 않을 수 없다. 선배나 동료 배우들과는 사이가 어떤가? 
- 맥플러리 씨를 빼면 대부분 또래거나 연하다. 데뷔 년차에 따라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어서 호칭 차이에 유의하는 정도다. 루스 결혼식에 다같이 갔었던 일이 생각나는데 이건 촬영장 비화가 아니구나. 세트장에서 카드 섞다가 피자 박스를 엎었더니 감독님이 굉장히 화냈던 적도 있는데……이건 그냥 재미가 없나. 난 보통 랩 세트장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아마 좀 더 재미있는 썰은 다른 배우나 스탭에게 듣는 것이 빠를 것이다. 특히 감독님.

- 감독에겐 이미 물어봤다. DVD를 사면 들어있다고만 하던데.
- 많이 사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우리 배우들 모두 열심히 사인했다.

-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지금까진 작품을 골라가며 한 적이 없어서 신기하다. 전부 재미있는 배역들이라 나는 다 하고 싶었지만, 당분간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웃음).

- 그건 주연급이란 뜻인가? 축하한다.
그렇다. 내겐 정말 큰 발전이다. 모두 채선하를 지켜봐주신 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in Community SPEDIS : Event 4
스테이지 C 배우 패러렐. (웃음)이 쓰고 싶어서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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