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삣. 삣. 삣. 삣.
오전 6시 20분, 토리 헤더웨이는 단순한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아니, 눈을 떴다고 생각했지만 인상을 찌푸렸을 뿐이다.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가위와는 비슷한 듯 다른 고통이다. 아직 몸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삐빗. 삐빗. 삐빗. 삐... 결국 토리는 10분 뒤에 맞춰둔 다른 알람이 울리자마자 몸을 굴려 침대에서 떨어졌다.
쿵.
눈꺼풀이 무거운 날이 있다. 잠옷 차림에 조깅화를 신고 곧장 아파트를 빠져나온다. 벌써 출근을 하는지 멀쑥한 차림새인 사람들도 보이지만, SDMD의 일정은 좀 더 느긋하게 시작된다. 아마 토리의 치프가 사무실에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그녀가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변과 호출은 언제든 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헤드폰의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천천히 페이스를 올린다. 쿵, 쿵, 쿵, 쿵, 쿵쿵, 쿵쿵, 쿵쿵, 쿵쿵, 챙! 팔다리에 엉겨 붙어있던 수욕과 피로가 드럼 비트마다 하나 둘 떨쳐지는 것이 느껴진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밴드 보컬이 잃어버린 낙원에 대해 노래한다. 전사한 영웅에 대해 노래한다. But, I, Don't, Care! 마주치는 개나 사람들―특히 심장이 안 좋아 보이는 할머니―이 놀라지 않도록 따라부르는 건 속으로만 한다.
토리는 건강하기 위해 공원을 달렸다.
2.
오전 7시 20분, 샤워를 마치고 나온 토리는 아침으로 사온 샌드위치―맛있다! 야채가 신선해서 씹을 때마다 입 안에서 으적! 으적! 하고 소리가 난다.―에 우유를 팩으로 마시며 뉴스를 본다. 아마 어머니께서 이런 토리를 봤으면 음료는 컵에 따라서 마시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한 말씀 하셨을지도 모르지만, 혼자 사는 집이다. 어차피 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실 사람은 토리뿐이니 괜찮다고 합리화한다. (그냥 설거지가 귀찮다.)
[다음 뉴스입니다. …….]
딱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다. 아나운서는 단조로운 어조로 어젯 밤에 있었던 화재에 대해, 이어서 다음 달에 있을 예정인 록 페스티벌에 대해 보도한다. 그것과 똑같은 조로 라면과 통조림, 건빵 따위의 판매량이 증가했다고도 보도했다. 호흡기 건강에 주의하라는 기자의 당부를 흘려들으며, 토리는 샌드위치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평범한 소식, 평범한 이슈,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세상살이를 조금 더 엿듣는다.
3.
"아, 선배님!"
오전 9시 20분. 버스에서 내린 토리가 커피를 사러 들어간 카페에, 데미안 밴더위트가 있었다. 인상적인 백발 덕분에 멀리서부터 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두 걸음 만에 다가가 말을 건넨다. 바쁜 시간대를 막 넘겼기 때문인지, 카페 점원 하나가 청소를 하려다가 토리를 보고 계산대로 들어간다.
"토리.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출근하세요?"
"응."
통속적인 대화로도, 반가움은 전해진다.
데미안은 이미 주문을 마치고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천장 모서리에 달려 있는 조그만 TV―이 시간에도 뉴스를 하고 있다. 도무지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침 뉴스에서 본 기사들인데도―의 자막을 읽으며 한담을 나누는데, 그의 손에 들린 텀블러가 눈에 들어왔다.
"텀블러는요?"
주방에 넘기지 않은 모양이라 물은 것이었다.
"텀블러는 집에서 채워 와서."
데미안이 대답하는 동안, 그가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오."
텀블러에 달린 빨대를 입에 달고 사는 선배다. 아침부터 마시려면 점심엔 이미 비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들어있는데요?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커피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 담겨나온 종이컵에 컵 홀더를 끼우는 작업을 지켜보며 토리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토리도 커피?"
"네."
"사줄까?"
"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카페라떼 한 잔 따뜻하게 주세요. 드시고 가세요? 들고 갈게요. 네. 얼마얼마입니다. 네.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조작해 직불카드 앱을 실행한다. 감사합니다. 주문하신 음료는 오른쪽에서 준비해드릴게요. 결제를 마치고 재킷 주머니에 집어넣자 툭, 하고 한 쪽만 팽팽하게 늘어진다. 데미안의 시선이 느껴졌다.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나 보네."
토리가 반응하기 전에 짧은 감상이 따라왔다.
"아, 그쵸. 들고 다니는 거 몇 개 없어서."
텅 빈 반대편 주머니를 흔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스마트폰, MP3 플레이어ㅡ와 연결된 헤드폰, 폰으로 끝나진 않지만 CBI의 요원 배지.
토리는 가방도 지갑도 들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세 가지가 소지품의 전부였다. 보통 MP3 플레이어는 바지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은 손에 들거나 꺼내놓고, 배지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 속이 간촐해지면서, 잃어버릴 것도 줄어들었다.
(가끔 못 버린 영수증 같은 게 들어있을 때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토리가 소지품 하나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아침을 보내는 일은 없었을 지도…….)
"음, 조깅할 때 소지품 같네."
데미안이 코멘트했다.
"아, 저 아침에 조깅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바리스타가 음료 위에 우유 거품을 만들어 올리는 동안, 토리와 데미안은 사무실에 머핀을 사다 돌릴까에 대해 상의했다. 한 박스에 8개면 두 박스를 사는데, 12개들이는 미묘하네요. 두 박스가 나을 거야. 남은 건 휴게실에 두면 되겠지. 아하. 그런데, 로빈스 선배도 머핀을 좋아하실까요? ……그럴 것 같진 않아, 토리.
In Community SPEDIS: Written by Appeal
시베리즈님 리퀘로. 토리의 주머니 속을 털어보는 로그... 였는데 별 내용이 없는듯
덕분에 지난 번이 토리의 마지막 로그가 아니게 된 점에 의의를...;ㅅ;
덕분에 지난 번이 토리의 마지막 로그가 아니게 된 점에 의의를...;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