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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글을 너무 안 쓰는 것 같아서 당분간 하루 한 줄이라도 써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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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사실 이 결혼은 끝장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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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까드득, 하고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모두 숨을 삼켰다. 루스……, 조심스럽게 불러봤지만 이미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너무 겁을 먹어서 소리를 냈다고 생각한 건 선하 혼자 뿐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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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말했다. 나는 마음이 가난해졌어. 마음이 가난해져서 정말 사소한 것에 위안받고 정말 하찮은 것에 집착한다. 사실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는데 거기에 묶여서 상처받고 슬퍼하게 돼. 나는 거지야, 윤아야. 내 몫이 없어. 남이 흘리고 가는 한 푼 두 푼에 매달려서 겨우겨우 먹고 살아가……. 이게 거지가 아니면 뭐야…….
나는 언니가 내 욕을 하려는 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어렴풋이 모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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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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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함에 안심한다.
영원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사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것은 숙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의 기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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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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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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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 대해 너무 모른단 생각이 들었거든.”
“알만큼은 알지 않아요?”
또 웃음섞인 말대답을 했지만 재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르는 만큼도 알고 싶어.”
아랑곳하지 않고,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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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가 또 언제 이렇게 만나서, 얼음장같은 말들을 내던질 수 있겠습니까.
거하게 감기를 앓게 되더라도, 오늘은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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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대로 이대로 네게 잡아먹히고 싶다가도, 너를 찢어버리고 싶다가도, 어느 쪽이든 남겨진 쪽이 너무 무섭고 외로울 것 같아 아무 짓도 하지 못한다. 무서워. 그렇잖아. 오싹한 쾌감이 목 뒤를 긁어내렸다. 그치? 그렇지? 응? 덜덜 떨다가 갔다. 어쩌다가 이렇게 냄새나는 살덩어리가 되었을까. 

외로워서였을지도 모른다.
혼자는 너무 외롭잖아.
외로워서가 아닌 다른 이유를 가질 수 있었다면 좀 더 나은 사이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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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의겸은 한동안 그녀가 마녀일 거라 확신했었다. 분명 '사회'의 일원이란 사실을 숨기고 속인들 사이에 끼어있는 사정이 있을 거라고까지. 그것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마녀들은 태초부터 아름답게 태어난다(고, 어머니가 말했었다). 나이를 먹고 마력의 흐름이 좋아질수록 그 미모는 한층 치밀하고 견고해진다(고, 역시 어머니에게 들었다). 희예는 그런 마녀들을 보고 자란 의겸이 돌아봤을 만큼 미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의 미음 하나와도 관련이 없었다.
의겸의 세계 기준으론 지극히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해리○터 시리즈라도 읽었어?"
한 번은 넌지시 물어봤다가, 오히려 오늘의 독서왕 취급을 받았다.

어쩌면 의겸마저 감쪽같이 속인 마녀였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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