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구의 애매한 서화

#컾캐가_자캐에게_달을_따달라고_했을때



 "달이 갖고 싶어?"

 지민이 눈을 휘며 제 쪽을 올려다보기에 기율은 웃고 말았다. 참고로 안내하자면 그의 아내는 종종 말만 해, 별도 달도 따다줄테니까. 공주라고 부르게 해줘--같은 소리를 노래하듯 하는 여자였다.
 모쪼록 남편을 프린세스 취급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 굳이 따지자면 나는 왕자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지민인 그렇게 생각 안 해?
 - 율이가 말하면 재수없어. 율인 프린스 챠밍보다 잘생겼으니까.

 ……모쪼록, 남편을 재수없는 미남 취급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래도 잘생김을 부정당하진 않았다. 결혼은 정말 좋은 일이다.)

 밤바다는 모처럼 평화로웠다. 부드러운 달빛이 낮처럼 떨어져, 품 안의 얼굴이 하얗게 빛나보였다. 그것이 기꺼워 신혼집에 이런 조명을 두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지만, 여기에 돌아온 물음이 이러했다.
 (아마 평생 같이 살면서, 부부 만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훨씬 적겠지만.) 

 "응, 어떤데?"
 지민이 부드럽게 재촉한다. 웃음은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란 말 같다.

 신중하게 하기로 한다.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모처럼 결혼한 아내가 달나라로 날아가버린다. 이럴 때는 응, 아니 글쎄라고만 대답해도 위험하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표정을 보고 지민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현실적인 여자니 달 전체를 질질 끌어 지구에 충돌시키진 않겠지만, 달의 먼지나 돌조각 하나쯤은 주워올 것만 같다---물론 여기까지 전부 만담 레파토리의 일부 같은 거지만.
 그런 여자와 결혼한 것이다.
 하얀 백마를 타고 기율을 구하러 온 양 웃어도 프린스 자리는 내줄 수 없다.

 말인즉 멋져보여야 할 순간이었다. 달보다 좀 더 가까이 있는 것을 향해 손을 뻗는다.
 빛나는 그녀의 뺨을 감싸쥐며 기율은,

 "아니, 달은 필요없어."
 아주 정중히 호의를 거절하기로 한다.


 - 나 어떻게 해야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깨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 그랬나?
 - 그랬어.
 - 환상?
 - 있는 거 아는데?

 의외로, 현실적인 아내는 이미지 관리도 성실히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입맞춤이 끝나고 고백해온 말에 웃으며,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