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잘못하다간 올해 죽을 것 같다. 이딴 문장을 텍스트로 남겨두는 이유는, 이렇게 쓰면 죽을 것 같다가도 올해는 버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난 죽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인간들이 죽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정말 죽으려는 사람은 말을 아낀다.
나는 지금 센터에 있다. 해야하는 일은 산더미가 아니라 딱 다섯 가지인데, 다섯 가지는 언뜻 보기에 똑같이 중요한 듯 보이고, 다섯 가지 중에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을 으아아 해야해 해야해만 외치면서 보냈다. 그 중 세 가지는
그런데 에너지 드링크가 다 떨어졌다!
문제는 센터 근처의 매점은 7시까지만 한다는 거고, 그럼 난 핫식스 없이 오늘 밤을 새야한다는 건데 별로 그럴있을 체력이 아니다. 유감이지만 어제도 많이 못 잤고 그제도 많이 못 잤고 그저께도 많이 못 잤다. 으아아 해야해 해야해를 외치면서 일주일 내내 수면부족 상태에 혈액형이 핫식스형이 되었다. 허허허...
그러고보니 아직 저녁을 못 먹었다.
뭔가 시켜야하나?
귀찮은데.
음.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너무 따뜻해서 사에서 원까지 걸어내려오는 동안에는 코트도 벗고 있었다. 평소에는 버스를 타지만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쳤기 때문에 그냥 걷기로 했다. 계단이 굉장히 많았다. 밤에 올라갈 때도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이야. 난 사실 계단을 잘 못 내려간다. 굶거나 오래 앉아있거나 굶으면서 오래 앉아있는 일이 많은 관계로, 다리가 자주 풀린다. 그런데 돌계단에서 다리가 풀리면 (혹은 나무계단이어도) 인간은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종종, 공복일 때면 계단이 평면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발을 디뎌야할지 막막했다. 다리에 힘이 있으면 조금 잘못 디디더라도 고꾸라지지 않을 테고 계단이 똑바로 보인다면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잘못 디디지 않을텐데 어느 쪽도 아니지 않아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바로 김밥을 사다가 강의실에서 우걱우걱 먹었다.
그게 점심이었다. 지금은 날씨가 어떤지 모르겠다.
어쨌든 쉬운 문장으로 헛소리를 다 했으니 일들을 해결하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