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에는 배에 귀를 대고 잠을 청하다가 눈물이 났다. 의겸아? 그녀가 이유를 물었을 때 의겸은 대답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혀를 내밀어 의겸의 눈가를 핥아주었다, 새끼의 상처라도 핥듯이. 의겸인 정말 미인이구나. 우는 얼굴까지 이렇게 예쁘다니. 속눈썹도 길고. 반할 것 같은걸. 의겸은 그런 대화가 괴로웠다. 하지만 얼굴이라면 이미 갖고 태어난 것이었기에 그것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면 사랑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마주 사랑하면 되는 것이었다. 무서웠으니까요. 뭐가? ……. 대답해야지? …….
당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 어린 기분을 못 가누고 속삭이자 그녀의 혀가 멈췄다. 나를 왜? 후후후. 나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의겸은 아주 조그맣게 대답했다. 오늘은요. 희예는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후후후.
아주 아름답게, 웃었다.
그렇지. 오늘은.
현의겸이 사랑했던 이희예는 며칠 뒤 시체로 발견되었다. 살해당했다, 이희예에게. 그녀는 학생회의 수장이었을 때도 반드시 책임질 수 있는 말만을 했기에 신뢰받았다. 그러므로, 그녀는 내일이나 앞으로에 대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였다. 그녀가 의겸의 곁에 남아 어디로도 가버리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그 날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날의 그녀는 분명 의겸을 잔뜩 사랑해주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하듯이.
좀 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어머니에게 사랑받을 이유는 나면서부터 가진다는 것이었다. 얼굴처럼. 머리카락의 색이나 속눈썹의 길이같은 것처럼. 그저 그녀의 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의겸이 아무 이유없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래야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랑받지 못했다면 어머니가 그렇게 낳지 못한 탓이지, 의겸이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의겸이 더 노력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에 외로울 수는 있어도, 일부러 괴로울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물론 이희예가 가르쳐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년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의겸이 희예에게 알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녀는, 조금 더 살았을 수도 있다. 하루라도, 이틀이라도, 어쩌면 오늘까지도.
하지만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했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결코 말한 적이 없었다. 사실, 그녀는 재가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말해준 것이 없었다. 영정 속에서마저 치밀하게 짜여진 표정으로 완벽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꼭 행복과 성공의 가도 한복판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피해자처럼만 보였다. 유리 속에 갇힌 그녀의 눈을, 의겸만이 오랫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