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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Love me more




 「머그」

 재경이 느리게 제목을 읽었다. 교양있는 억양과 흠잡을 곳 없는 발음의 낭송이었다.

 「당신이 물었다.
 "날 사랑해요?"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왜 행복하지 않죠?"
 당신은 되묻는다.
 "내게 입맞추고
 나를 만지는 것만으론 부족한가요?"」

 「…….」

 재경의 손가락이 가만히 뺨에 와닿았다. 입술을 눌렀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은주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한 행이 끝나고 줄이 바뀔 때마다 숨을 쉬는 그의 호흡이 맞닿은 몸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왔다. 한 연이 끝났기 때문에 그가 두는 숨의 간격은 조금 더 길다. 재경의 체온은 이따금 너무 낮아서 몸서리쳐질 정도로 괴로웠지만,

 「부족하다고 말했다면
 당신은 나를 더 사랑해줬을까.」 

 그 연을 적을 때의 기분만은 진심이었기에
 은주는 감았던 눈을 뜬다. 아, 재경은 줄곧, 노트가 아닌 은주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
 「이건 폐기해야겠어요.」

 은주는 불쑥 말했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못 본 것으로 해달라는 부탁에도 재경은 이유를 되묻지 않는다. 그 대신 재경은 그 시가 쓰인 페이지 끝에만 풀을 발라주었다. 은주는 언제든 원하면 맞붙은 부분을 잘라내고 그 페이지를 다시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일은 없었다. 흔해빠진 비유는 은주에겐 너무 서툴고……간지러웠다.

 재경이 그 시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은주야? 우산 없었어? 눈을 잔뜩 맞고……."
 "형."


 밀화는, 은주의 글을 읽는 일이 없다. 일부러 숨긴 것은 아니니 얼마든지 읽을 수야 있을테지만 읽지 않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시에 관심이 있진 않아보인다. 시를 접하기에 좋은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다.
 밀화가 기꺼워하는 은주는 은주의 무언가 다른, 부분이다. 적어도 은주의 시는 아니다.

 은주는 시를 쓰며 살아온 사람이니, 은주의 절반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왜 그래?"
 밀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주를 올려다본다.

 늘 이렇게 은주를 올려다볼 것이다,
 밀화가 모르는 은주를 만날 때마다.

 "형이 정해줘요."
 "응?"
 "지금 할지 안 할지. 안 할거면 돌아가려고요."
 "하, ……하자, 고?"

 방금 조금 부푼 입술이 모양을 가누지 못하고 되묻는다.
 은주는 조금 미지근해졌고, 은주가 그렇게 되기까지 밀화는 추위를 견디며 몸서리쳤을 것이다.

 "마루에서?"
 "네."
 "하고……, 싶어?"
 "네."

 아뇨, 실은 집에 가고 싶어. 이런 기분은 전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은주는 왜 밀화를 만나러 왔을까.
 은주는 그저 어리광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서툴게.

 울고 싶지만 우는 것을 보일 수 없는 날에, 위로되지 않는 날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입을 맞추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지는 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는 날에,
 그런 날인데도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겨울이라서.

 "왜 그래, 은주야. 무슨 일 있어?"
 "……집에 갈게요."

 은주는 세게 말했다. 하지만 아주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억지로 하진 않아요."

 겨울.
 세련된 톤tone의, 은주의 시를 좋아했던 의사가 재가 된 겨울.

 하지만 은주는 그의 절반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지금의 추위는 읍소泣訴할 수 없다.

 오늘 은주에겐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은주야…….
 ……그런 말이 어딨어? 응?"

 밀화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부족하다고 말했다면」

 문득, 맞붙은 페이지 사이에 쓰여있을 4연을 떠올린다.
 아주 잠시 입 안에 돌던 말이 있었지만, 뱉는 것은 그만두기로 한다. 

 어차피 밀화에 대해서도 은주는 절반밖에 몰랐다. 그가 나무라고 있는 것인지 달래고 있는 것인지, 혹여 흥분하고 있는 것인지 은주는 알지 못한다. 은주는 그가 자신에게 실망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망한 만큼……그만큼의 은주를 더 알아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면 실망해서, 은주를 미워하게 돼도 좋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눈이 내렸고, 한파가 심했고, 손가락이 얼어붙었고……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
 
 「당신은 나를 더 사랑해줬을까.」 

 재경이 다 읽진 못했지만, 그 시에는 마지막 연이 있다.

 「글쎄, 하고 나는 내게 답한다.」

 그 즈음을 적을 때의 은주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으므로,
 밀화에게 할 말은 난폭하게 군 데에 용서를 비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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