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불쑥 그것을 내밀었다.
"웬 꽃이야?"
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우를 아주 오래 알고 지냈지만, 아직도 연우를 다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골랐는지 점원에게 부탁했는지 모를 꽃다발은 새빨간 흑장미와 오렌지색 장미 몇 송이에 안개꽃과 이름 모를 풀줄기가 섞인, 클래식하다 못해 촌스럽고 무겁기까지 한 것이었다. 연우는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연을 보고 서 있었다. 연은 조금 의아해하다가, 꽃에 대한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란 걸 깨닫고 손에 들린 꽃다발에 대고 숨을 들이마셨다. 싱싱한 풀냄새와 함께 짙은 꽃의 향기가 밀려들어왔다. 절로 눈이 감겼다 뜨였다.
"……아, 잠깐만."
주는 거야? 라고는 물을 수가 없었다. 연우는 그것을 이미 연에게 주었고, 연은 이미 그것의 향을 맡았다. 연이 고맙다고 대답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연은 클래식하게 리액션하는 대신 그렇게 부엌으로 등을 돌렸다.
"뭐 해?"
"꽂을 병이 없네."
꽃병으로 쓸 병을 찾아서라고 둘러대는 중이지만, 사실 도망친 것이 맞다.
연은 연우에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연우는 연이 밴드 사람들과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서던 시절에도 꽃다발을 사 준 적이 없었다(뭐, 공연 때마다 이런 꽃다발을 사줬다간 아무리 이연우라도 지갑이 비겠지만). 연이 아는 연우는 20대에도 30대에도, 본래, 애인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가 지금껏 연에게 가져오는 것은 대부분 쇼핑백의 형태일 때가 많았고, 그나마도 초밥집의 모듬세트나 죽 전문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전복죽 같은 것일 때가 많았다. 연은 연의 애인을 그 정도의 남자로 이해하고 있었다,
"꽂으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어, 야. 부엌이거든?"
"부엌인데 뭐."
꽃을 선물하는 일마저 이렇게 로맨틱하지 못하다니, 참 이연우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꽃다발은 맘먹으면 정말 비싸고 츤스러워지는듯
리퀘 받아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전혀 리퀘와 관련없는 연우연(...)
기회되면 뒤는 이어서 써보기로 그런데 이어지는 내용은 청승맞고 재미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