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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Sandwich Break




 오늘 따로 불러낸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예요.

 구내식당은 늘 그렇듯 시끌시끌했다. 특재과 바깥의 CBI 요원들도 이용하는 곳이었기에, 어떻게 해도 열 몇 명을 넘지 않는 특재과의 휴게실과는―게다가, 특재과의 사람들 중에 실제로 말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적어도 일상의 절반 이상을 소리 없이 지내야 하는 요원도 있다. 식당에 데리고 나온 녹수가 그랬다―시끄러움의 레벨부터 다르다. 선하는 웬일로 샐러드의 산이 아니라 두툼한 고기와 계란 프라이를 끼운 커다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물론 평소라면 포크로 찍어먹고 있었을 만큼의 야채도 호밀빵 사이에 가득 끼워넣긴 했다.

 별 말은 아닌데…….

 빵과 빵을 손으로 납작하게 눌러선 와삭,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빵을 베어문다.

 우리……녹수 씨랑 내가 주로 하는 작업은, 일을 늘리는 일이에요.
 이변은 적게 알수록 적고, 많이 알수록 더 많아지거든요. 우리 부서에 사람이 훨씬 적었을 땐, 지금만큼 일이 많지 않았어요……뭐가 이변이고, 뭐가 이변이 아닌지도 알지 못했으니까요. 지금은 훨씬 많이 알게 된 편이에요. 안다고 해도 이게 아는 건지,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는 건지도 알 수가 없죠.

 우물우물, 입 안을 뒹구는 고기와 계란의 윤기있는 식감을 누리면서 선하는 말을 이었다……아니, 잡담을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이변을 막을 수는 없거든요.

 풍덩, 본론.
 녹수는 음식을 씹던 입을 잠시 멈추고 선하를 바라봤지만, 선하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기 때문에 네 내지 그런가요 같은 물음을 메모장에 적어 보여주느라 수선을 피우지는 않았다. 선하는 별 일 없이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베어문다. 녹수도 그렇게 해주었다.

 ……지금 나랑 녹수 씨가 샌드위치를 씹으면서 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무척 많은 이변이 일어나고 있을 거에요. 어디선 낙뢰가 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지구 반대편에선 새들한테 아가미가 생겨서 물 속을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걸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죠. 무사히 돌아와서, 막을 수 있는 이변을 막는 편이 훨씬,

 입 안의 야채를, 아니 입 안의 단어를 고르면서 선하는 탄산음료를 한 모금 빨았다. 음료와 함께 남아있던 빵도 꿀꺽 삼킨다.

 괴롭지 않다……고 해야하나.

 막을 수 있는 이변을 막는 것만으로 특수능력의 페널티를 쌓아가는 요원들도 있다. 하지만 요원을 잃으면, 막을 수 있는 규모의 이변을 막을 사람마저 없어진다. 선하는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지금은 랩에 없는 어떤 요원을 잠시 떠올렸지만, 안경에 기대 평온한 표정만은 지키고 있었다. 선하의 목소리는 음식을 씹느라 발음이 뭉개진데다, 시끌시끌한 식당 안의 소음에 섞여 평소보다 훨씬 대수롭지 않게 들렸다. 미리 말한 것처럼, 별 말은 아니었다.

 모든 사건을 지난 실종사건처럼 평화롭게 해결할 수는 없을 거란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녹수 씨가 너무 마음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선하는 녹수가 그의 말을 흘러가는 다른 소음들처럼 흘려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 스스로도 아직,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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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로 관록 겸 떠드는 이야기.
지금은 커뮤에 없는 모 랩 요원의 '현장 요원을 체스 말 보듯' 하는 관점에 대해 난 몹시 부정적이었는데, 어필하기 전에 나가버려서 넋나갔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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