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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Somewhere in Nowhere (3)




 모처럼 철야가 없어서였을까, 이따금 곰팡이라도 슨 양 눅눅해지는 세스도 바삭바삭거리는 아침이었다. 사건의 유무와는 별개로 랩 안의 각자에겐 각자의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네들 나름의 리듬과 패턴을 지키며 부지런히 움직일 뿐이다. 선하는 접착식 메모지 하나를 질겅거리며, 이 랩은 참 바쁘구나 같은 한가한 생각을 했다. 물론 잠시 쉬며 피드백을 기다리는 중이라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말인 즉, 선하라고 랩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선발대원들이 탐문 수사를 벌이는 동안 선하는 이공간 워프에 대한 데이터를 대량으로―밀도가 낮고 불확실한 정보들을 취합해 정리하는 작업은 언제나 많은 정보량을 필요로 했다―긁어모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대조해 몇 가지의 키워드를 추려낸 참이었다. 지휘를 맡은 신은 선하의 분석을 참고로 수사방향을 빠르게 좁혀나갔다. 범죄자가 아닌 이변을 상대하는 데에, 완벽한 증거와 절차를 근거로 하기는 어려움이 따랐다. 실마리로 추정되는 것이 잡히면 그것을 따라가며 답이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박사.

 ……유능한 사람들과 일하는 덕분에, 휴식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신 씨.
 확인해보니 아레스 리는 수업 시간에도 종이를 접다가 지적받은 적이 많더군. 여러 번 접힌 종이들을 발견했어.
 특별한 목표는 없었나요? 학이라던가, 학알이라던가.
 ……학? 전혀. 접히지 않을 때까지 접혀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어.

 그 즈음에 선하는 입 안에서 무참히 짓씹히고 있던 메모지를 휴지통에 뱉었다.
 어금니와 악력(顎力)를 이용해 접은 것까지 합해야 겨우 다섯 번이 되건만, 메모지는 이미 돌처럼 딱딱한 식감이었다. 신은 선하가 대답하기까지 잠시 기다려주었다.

 ...네, 말씀드렸던 전승에 솔깃한 걸로 봐도 좋겠어요. 그런데 종이가 그만큼 접히던가요?
 그 종이들은 무리. 요원들끼리도 몇 개 종이로 접어보는 것 같았지만, 큰 종이로도 여섯 번 정도.
 저도 접어봤거든요. 이변이 아니라면 그만큼은 불가능할 거라고 봐요. 종이 크기와는 상관없을지도요.
 일단 서재가 있는 집들을 다시 돌고 있어. 수확이 있으면 다시…….

 ……?
 신의 목소리 끝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선하가 말라빠진 토스트를 우물거리느라 흘려보낸 잡음과는 다른 것이었다. 선하는 그가 무언가에 정신이 팔렸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에요?

 침묵.
 아니, 불안(不安)이 들려왔다.

 신 씨?

 늘 있던 장소, 늘 있던 자리에 온전히 두 발을 붙이고 있음에도, 나쁜 예감이 엄습한다.
 선하의 음색이 달라지자, 평소처럼 흘러가던 랩 안의 리듬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손을 멈추고 선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에 선하는 초조하게 헤드셋의 볼륨을 올려댔다. 약간의 노이즈가 귀를 괴롭혔다. 덩달아 랩의 흐름에도 쉼표가 생긴다. 16분 쉼표, 16분 쉼표, 8분 쉼표, 4분 쉼표, 까만 실크해트…….

 삐익!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에, 선하는 저도 모르게 헤드셋을 귀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선하 씨? 괜찮아요?
 ―사, ――답 바람.

 귀를 감싸 쥔 것을 보고 시온이 다가왔다. 선하가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우레같은 노이즈가 헤드셋을 넘어 공기를 갈랐다.
 선하는 급한대로 컴퓨터 앞에 놓여있던 마이크로 몸을 구부렸다.

 신 씨? 괜찮아요?

 시온에게 받은 질문을 그대로 빌린 셈이었지만,

 아니, 문제가 조―――. 요원―― ―――― ――― ― ――.
 ――적인 것으로 판단, ―――― ――을 강행한다. 지금부터 선――― ――――.
 다시 한 번, ――― 계속――.
 ―――――.
 ―――.

 끊임없는 백색 소음만이, 그들이 괜찮지 않다고 답하고 있었다.




 In Community SPEDIS : Case 2
앞 글보다 두 배쯤 힘들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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