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 파티의 소식을 접해 듣고 선하가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역시 그것이었다.
특대(特大)인가, 대(大)인가.
통장 잔고를 확인하지 않은 지는 꽤 됐지만, 선하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지극히 적은 편이었다. 분수에 넘치도록 소비의 미학을 누리기엔 갖고 싶은 것도 시간도 없었고, 다른 한편으론 맥플러리 교수가 선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그 평가는 선하의 연봉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스카우트 조건으로 작년 연봉의 120%를 내걸었을 때, 부서장의 대리―한이 지었던 묘한 표정을 선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 표정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이후 선하가 한 일들에 비해 무척 저렴한 몸값이었다……. 스스로의 역량에 금전적 가치를 매기는 것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한 사람이 하기에 넘치도록 많은 업무량이었다는 계산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일단 인력이 너무너무 부족했다는 점에서, 주장에 반박해주마 손을 들 수 있는 사람마저 없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유능한 인재가 돼버렸을까…….)
스스로에게 해명하자면,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선하의 공적(功積)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누적되어 있다.
선하가 눈여겨보지 않는 사이에도, 그의 고용주는 차곡차곡 그것을 환산해 차곡차곡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꼭 빚이라도 갚듯이.
어쩌다가 이렇게……(2).
돈이란 건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애틋한 재화(財貨)일지도 모른다.
톡.
"무슨 생각해요?"
아니, 반응이 없길래……하고, 붉은 밤색 머리가 시야에 들어와 준 덕분에 무익한 상념에서 깨어난다. 선하의 책상 위에, 그의 작품으로 보이는 종이비행기가 내려앉아 있다. 집어다가 종이의 내용을 잠시 뜯어본다. 푸른색 잉크가 번진 그래프를 보아하니 어제 선하가 이면지함에 넣어둔 것이었다. 그럴 사람이 아니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저녁에 환영회가 있다고 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네요."
대답하며 비행기를 돌려보낸다. 겨냥한 곳은 세스의 데스크 위였지만 정확한 착지까지는 뭔가 다른 테크닉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어이구우, 또 먹고 놀 궁리만 하고들 계시죠. 우쭈쭈쭈."
그 위를 지나간 것은 물론 윤 이든 씨의 핀잔이었는데,
"...아직 1시간 남았으니까, 일하라고."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이 기를 죽여야할 필요는 전혀 없는 듯 했다.
"하하, 시간까지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퇴근 시간이라 아는 거거든?"
소리내 웃음을 흘려버린 덕분에, 이든의 목소리가 더 퉁명스러운 톤이 됐다.
"...설마, 불참인가요?"
"몰라, 불참."
"……으, 사람들이 슬퍼할 텐데요."
"누가?"
그건……, 하고 세스가 잠시 말끝을 흐리는 동안, 선하는 펼쳐뒀던 전단지 쪽으로 다시 시선을 내린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버렸지만, 나름 중대한 고민을 하던 도중이었다.
세계가 망가지고 있다는데……돈 한 두 푼을 더 쥐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일까, 선하는 생각한다.
늘 그렇지만, 이번 신입 요원도 현장 요원이 많았다. 신에게 맘먹고 배달음식을 대접했다가 포장용기를 우유팩 쌓듯 쌓아나가는 모양에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다른 음식이 많이 온다 치더라도 대(大)자 사이즈 정도로는 역시 아쉬울지 모르겠다. 아니, 초밥은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음식이니 조금 다르려나……?
하지만 이제 특재과에도 사람이 제법 많아졌으니까, 음식이 남더라도 처리해줄 사람이…….
……정확히는, 먹을 입(食口)이 늘어난 실정이다.
"저에요."
이제는 익숙해진 요리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선하는 선선히 웃는다.
분명, 새로운 사람들과도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배달 아직 되죠? 모둠초밥 특대형으로……1시간 뒤까지 부탁드릴게요."
포트럭은 누군가를 환영하기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드레스 코드를 맞출 필요도 댄스 파트너를 구할 필요도 없고.
그저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가면 그만이라서, 선하가 정할 것은 그야말로 주문할 호화☆초밥세트의 사이즈 하나 뿐이었다.
In Community SPEDIS : Event 1
뻘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정말 뻘해서 망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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