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율의 소매 밑에서는 과일 향기가 났다. 처음 그의 오피스텔에서 샤워를 했던 날 지민은 그 체향의 정체가 시트러스 계열의 바디샤워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가 팔을 감아 끌어안을 때면 여전히 숨이 모자라졌다. 지극히 물냄새에 가까운 샴푸, 싸한 스킨, 치약……아마도 치약, 아무리 생각해도 향기가 없는 게 분명한 섬유유연제. 거기에 희미하게 풍겨오는 '그' 상큼한 과일향. 그것들이 기율의 체취에 섞여 나는 냄새는 굉장히 은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섹시한 구석이 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다. 지민은 기율의 체취에서 섹시함을 느끼곤 했다. 같은 샴푸와 바디샤워를 쓰고, 함께 이를 닦고 한 세탁기에서 세탁된 옷을 입어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먹은 날에도, 샤워를 생략하거나 양치를 하기 전에 지민을 끌어안아도 그것은 조금 달랐을 뿐 거의 같았다. 그건 그가 기율이었고, 지민이 그에게 흠뻑 반해있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지민이 봄마다 봄감기를 앓았기 때문일 것이다. 추위를 호소하며 그의 셔츠 카라에 코를 묻으면, 그는 긴 손가락을 뻗어 지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곤 했던 것이다. 그럼 지민은 가슴이 벅차올라, 숨을 크게 들이쉴 수밖에 없었다.
기율의 냄새를,
한 숨 가득.
그랬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