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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Something true



 기율아. 비밀 하나 얘기해줄까?
 저런, 비밀이 있었어?
 응. 비밀인데, 율이한테만 알려줄게.
 어떤 건데?
 사실 난 달에서 온 토끼야. 방아찧으러 다시 가봐야……이건 좀 말이 안 되나?
 하하.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내가 사실 지금 개구리인 거야. 네가 뽀뽀를 해주면 잘생긴 왕자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지.
 개구리……. 그보다, 잘생겨지는 거야?
 그렇지. 한 번 속는 셈 치고 해보면 어때?
 곤란한데, 여자친구가 왕자님이 되어버리면.
 으엉. 나야말로 곤란한데, 남자친구랑 뽀뽀를 못하는 건……그럼 다른 거.
 …….
 율이가 왕자, 내가 슬리핑 뷰티?
 이번엔 공주님? 왔다갔다 하네.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그렇군요.
 끙, 그래도 공주는 좀 그런가?
 별로? 괜찮은 거 같은데. 이리 와.
 자고 있다니까? 깨워줘야 가지.
 아하.

 *

 그래서, 다른 레파토리도 있어?
 음, 여러 가지 있지. 내가 사실은 인어인 거야. 마녀랑 계약을 해서 두 다리가 생겼는데, 오늘 밤까지 너한테 키스를 못 받으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던가.
 …….
 내가 수영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난거야. 막 구조됐는데, 물을 먹어서 숨을 못 쉬는 거지. 물가엔 너랑 나 둘 뿐이고, 네 핸드폰은 물에 젖어버렸고. 그래서 너는…….
 ……지민아.
 나한테 CPR을 시도하다가,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지민아.
 …….
 …….
 …….

 *

 일어나야지, 이제.
 ……으응, 일어나기 싫어지는데.

 *

 기율아.
 응.
 비밀, 얘기해줄까?
 또 있는 거야, 비밀?
 응. 이건 진짜 비밀인데,
 아까는 가짜였어?
 응. 다 거짓말이었어.
 그런 줄은 몰랐는데.
 대신에 이번엔 탑 시크릿.
 아하.
 너니까 말하는 거야?
 영광입니다.
 넵,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
 ……음?
 히히.

 *

 실은 말야…….

 *
 *

 사랑해,
 많이.

 *
 *
 *

 ……아, 내 비밀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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