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비춤달(燾輝月)의 첫 주는 단야국(袒揶國)의 건국을 기념하는 축제로 떠들썩했다. 해에 한 번 있는 이 건국제(建國祭)는 춘관(春官)의 주된 업무활동 중 하나였지만, 다행히 사역관(使譯館)의 말단 역관(譯官)에게까지 입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모쪼록 건국제는 단야국 사람들만의 축제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번역이 필요한 이국의 문서 같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지민으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말(馬)……이네요. 말일 줄은 알았지만."
덕분에 오늘 한가한 역관, 지민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청년이 빙그레 웃는다. 그는 지민과는 달리 하관(夏官)의 무관(武官)이고, 단야는 더할나위 없이 화평한 때라, 축제 때가 아니면 무예를 선보일 일도 많지 않다는 것 같다.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
물론 지민은 승마에 자신이 없고 멀리 움직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바쁠지도 모른다는 점이 조금 더 신경쓰였다.
"멀리 가고 싶어서."
"어차피 아무도 없을텐데?"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춥지 않을까? 아직 빛비춤달인데."
"저런."
혹여나 참가를 권유받은 대회를 임의로 불참중인 건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지민의 속을 알 리 없는 청년 무관은, 태연히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안아줄 줄 알았는데?"
"……."
(전형적인 프린세스-메이커 식 전개가 아닌 것이 놀랍지만, 보고 계시는 화사한 미소의 미남은 이 나라의 왕자가 아닙니다. 애초 교제중이고 상견례도 마친 관계로,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도 없을 예정입니다.)
방금 이상한 자막이 지나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어떠십니까, 아가씨?"
기율이 손을 내밀었다. 지민은 픽 웃고 말았다.
"……아, 정말."
이 나라의 공주마마께서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이보다 곱게 웃으실까…….
그렇다면 한 번쯤 뵙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귤밀로 단야 패러렐.
날짜를 보니 올해 초봄에 쓰던 글인듯. ...
날짜를 보니 올해 초봄에 쓰던 글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