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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원기둥




 프로포즈하겠네, 하고 중얼거리자 아이가 신기해했다. 프로포즈가 뭐에요? 프로포즈. 같이 살자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거에요. 어…….
 그러더니, 그럼 엄마랑 아빠도 저런 거를 한 거에요? 하고 눈을 빛냈다.
 텔레비전 속의 프로포즈 장면을 보며 '저런 거' 운운하는 아이의 표현이 귀엽기만 해, 지민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의 아이가 늘 의젓하게 보이려 애쓰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눈을 빛내며 만화 속 주인공을 동경하는 걸 보면 영락없이 어린애구나 싶은 것이 느껴진다. 지민은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촉감 너머로 아이의 높은 체온이 느껴졌다.
 「민아……」
 오늘자 분량이 끝나갈 즈음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이 장미 꽃다발을 내밀며 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어요, 하지만요」
 「누나, 난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응」
 「갈 수 없으니까가 아니에요, 가면 안 되니까도 아니에요」
 빨간 체크셔츠가 어울리는 그 소년은 긴 머리의 여주인공 앞에서만 저런 말을 했다. 느끼하고 달콤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닌만큼 하는 말은 늘 꾸밈이 없었다. 그런데도 늘 힘든 진심이라, 어른의 입장에서 지켜보기엔 제법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누나가 여기 있으니까」
 「여기에 있고 싶어요」
 글쎄, 저런 거--라고 불러도 좋을까,
 지민은 도시를 지키는 입장도 도시를 고치려는 입장도 아니었다. 기율과는 그런 비장한 설정을 가진 사이가 아니었고, 그것보다 더 사소하게도 딱히 대립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지민의 머리는 그리 길지 않았고 뜨개질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기율은 저 불우한 주인공보다 몇 배는 돈이 많았다.
 물론 아무도 저렇게 촌스러운 체크셔츠 따위를 입지 않았다.
 「응, 민아」
 글쎄, 그래도--
 남녀가 만나서 어떻게든 사랑에 빠지고,
 이 험난한 세상살이를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만은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고 이런 차이들을 빼고 본다면 '저런 것'을 거친 사이이긴 하리라고, 지민은 새삼스러운 감상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남편을 만나면서 몸고생도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또 한편으론 그에게 구원받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
 엄마?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가 얌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응.
 같이 살고 싶어지면 꽃을 줘야되는 거에요?
 …….
 아이는 아직 단순하다. 사실, 제 엄마 아빠가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을 테다. 지민은 한차례 더 웃으며 아이를 끌어다 무릎에 안았다.
 그렇지이. 엄마가 아빠한테 꽃 많이 줬었지.
 텔레비전에서는 한참 애니메이션을 닫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노래를 부른 연의 목소리가 익숙하게 들려, 지민은 조금 흥얼거리며 시시덕거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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