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로서 윤교연이 알고 있는 현의겸의 일과는 다소 기형적인 것이었다. 퍼즐처럼 빈틈없이 꿰어맞춘 시간표, 불면증에 시달리는 자신보다도 늦게 잠들고, 클래스 내 누구보다도 많은 과목을 수강하면서, 성적은 한 과목도 빠짐없이 A+인 우등생. 그럼에도 늘,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완벽한 옷차림과 표정. 동아리 활동도 학생회 활동도 누군가가 성적을 매긴다면 만점이겠지. 최소한의 수업만을 듣고 적당히 학적을 유지하고 있는 교연의 눈이라도, 그가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요즘 여동생의 생일선물을 고르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서, 고서 쪽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연 군은 모르시겠지만, 유 양은 중등부 때 도서부원이었죠. 그녀와 함께 귀가하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늘 도서관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책을 선물하는 건 너무 고전적인 게 아닐까요. 제 선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은 이미 전부 소장하고 있을 것 같단 생각까지 듭니다. 어쩜 그런 귀여운 미녀가 지성과 열정까지 겸비했는지……."
아마 9월 중순 즈음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여동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지금이 11월임을 생각하면 다른 의미로 그리 평범한 오빠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형적인 오빠, 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꽃으로 주문한 거 아니었어?"
"네. 그녀를 닮은 백합 오백송이와 부쩍 차를 많이 마시게 됐다고 들어서 다기세트를. 룸메이트인 윤진 양과 이야기해서 기숙사방에 준비하기로 했죠.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비난받는 게 아닐까 걱정이 돼서, 지금이라도 뭔가 더 덧붙일까 싶은 마음에……."
"……."
불안에 떠는 의겸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교연은 다시 침대를 짚고 이층침대에 바로 누웠다.
모두가 그를 유능하다고 말한다. 교연도 이의는 없다.
아마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한 군데 정도는 허술한 곳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한 군데에 한해 굉장히 한심한 인간이 된다는 점이 조금 우스운 것도 같다.
우습지만, 그것은 비밀이었던 적도 없다.
딱 작년에 쓰던 글이 있길래 비밀글만 풀어봄.
글에 발전이 없다고 누가 그랬나...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글이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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