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왠지 늘 연우는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혼자 게임을 했다. 물론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연을 혼자 남겨두는 일이긴 했다. 노트북에서 나오는 희멀건한 불빛이, 연우의 게임 캐릭터가 스킬을 쓸 때마다 번쩍번쩍 흔들렸다. 연은 옆에 누워 가만히 연우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연우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채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동을 하거나 스킬의 단축키를 누르는 것도 같았다. 안경알에 푸르딩딩한 게임의 폴리곤이 비쳤다 놨다 하긴 했지만 정작 그 안경을 쓴 연우의 표정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윤나리도 지금 연우와 게임을 하고 있는 건가, 연은 문득 궁금해졌지만 핸드폰을 꺼내 연락해볼 마음은 들지 않았다. 첫째로 핸드폰은 협탁 위에 있었고, 둘째로 협탁에 손을 뻗으려면 지금 누워있는 자세를 바꿔야했고, 셋째로, 그런 것은 귀찮았다. 게다가 연우의 얼굴을 볼 수가 없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리가 게임 중이라면 문자를 보내도 답이 돌아오지 않을테다.
짧은 소외감을 뒤로 미루고, 연은 이불을 끌어덮었다. 연우는 게임 중에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는 일이 없었다.
연우, 이연우.
듣지도 않는 것을 중얼거려본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사실 조금 더 크게 말해도 들렸을 것 같다.
이 연 우.
참, 여자애 같은 이름이다. 발음이 부드럽고 정연한 이름. 그러면서도 어쩐지 연우다운 이름이었다.
연은 이런 취미―나리가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어떤 게임인지는 알고 있다―에 몰두해있는 연우도 그 나름 귀여워했지만, 저를 한 번 쳐다봐주지도 않는 밤에는 조금 쓸쓸하단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떤 날에는 넌 왜 나랑 같이 안 자냐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는데.
아, 그 때가 좋았지.
중얼거리자 연우가 힐끗 연을 돌아봤다.
언제 얘기야?
...혼잣말 한 건데.
알아.
타임어택에 실패해서 대충 끊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