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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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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방은 아주 좁았다. 창문도 그림도 하나 없는 방 안에, 낡아빠진 소파베드 하나가 널브러져 있는 것이 전부인 방이었다. 나무 문을 열면 손바닥만한 화장실이 있었고,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방 안에서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변기와 수도꼭지밖에 없는 화장실에서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음 뿐이었다. 나는 변기를 밟고 일어서 환풍기에 대고 소리를 쳤다. 한국어로, 영어로, 불어로, 일본어로, 내가 아는 몇몇 언어들로 허공에 대고 말을 걸어도 보고 소리를 쳐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온 힘을 다해 욕지거리를 퍼붓고 탈진했다. 너무 많이 움직이면 산소가 부족해진다. 힘이 없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지 못한 채 잠을 잤다. 세 번째인가 일곱 번째로 다시 눈을 떴을 때부터, 나는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비참해졌다. 이대로 굶어 죽거나 이대로 미쳐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가둬둔 이유도 알 수 없었지만 죽일 생각이었다면 좀 더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것만 같았다.

 어느 날엔가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애먼 사람을 덜컥 감금해온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정중한 노크였다.

 


 1.
 당신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다행히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좋은 핑계 하나를 빼앗겨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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