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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하는 소언




 무엇이든 문으로 된 형태의 것을 열면 다른 공간이 펼쳐짐.
 그걸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
 일종의 정신력.
 왕족일수록 강함.
 그 곳은 이 세계.
 천장에는 여성기를 닮은 인큐베이터가 있다.
 뭔가 했더니 그렇네. 뭔가 꽃잎이 잔뜩잔뜩 핀 모양인데 못생겼었음.
 꿈틀꿈틀. 굉장히 역겨움.
 문, 바닥, 기계, 뭐 그런 것으로 가득한 세계라서 그것만 유기물로 된 것 같았음.
 이따금 무언가가 태어난다.
 태어나는 것은 대개 인간이 아님.
 오른쪽, 열쇠 신발장.
 나는 아무리 열어도 필요한 문을 열 수 없었다.
 왕녀의 이름은 에밀리.
 태어난 것을 지켜야 했다.
 태어난 것은 천진난만. 금발의 남자애.
 나는 일부 기억이 없다.
 신발장 뒤에는 방이 하나 있다. 내가 가고 싶은 방은 그 방.
 하지만 아무리 문을 열어도 다른 문이 나타난다.
 방은 꾸며져있음. 에밀리의 노력이었던 것 같음.
 온갖 포스트잇이 붙어있음.
 에밀리에겐 뭔가 로망이 있었다. 이것도 기억나지 않음.
 남자애에게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음.
 기억이 없는 사이 루프물이 되었던 건가?
 난 데자뷰를 느낌.
 사실 방을 꾸민 것은 에밀리와 나.
 남자애는 금방 자랐음.
 커플룩에 집착함.
 용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듬. 무튼 인간이 아님.
 내가 그 세계에 들어간 건 남부역의 어떤 문을 열었을 때인듯.
 남부역이라니 거기가 어디야? 설마 출근하는 그 남부터미널역은 아니길 바람.
 나는 약함.
 나는 쉽게 죽음.
 에밀리는 언젠가 죽음. 언제인진 잊어버림.
 난 남자애랑 둘이 됨.
 그 방으로 가기 위해 난 마구 문을 열었음. 에밀리의 포스트잇이 붙은 새 문이 자꾸 나타났음.
 남자애에게 언젠가 이게 끝나면 내 세계로 가자고 했다. 네가 원하는 커플잠옷을 입자는 둥 남부역으로 가야한다는 둥 말했음.
 남자애가 울었다.
 주황색 소파.
 위험한 이유를 모르겠다. 위험한 곳.
 세계관의 이름도 알고 있었는데 잊어버림.
 에밀리는 고깃덩이처럼 짓이겨짐.
 인큐베이터에 먹혔던 것도 같다.
 에밀리의 글씨 하나하나가 그 방에만 남아있음. 그 방만이 내가 살던 세계와 흡사했다.
 왕과 왕비를 봤었다. 나는 관광객 정도였던 것 같다. 인큐베이터와 여러 문에 대해 설명해줬었음.
 내가 있든 없든 그 세계는 바쁨.
 쉼없이 무언가가 워프되고 무언가가 전이되고 각자 삶에 바쁨.
 난 그 세계에 포함되어있지 않음.
 에밀리를 좋아했던 것 같다.
 왜 이름이 에밀리지?
 남자애는 금발. 아 이 얘기 썼다.
 걸려있던 커플잠옷은 에밀리가 만들거나 가져온 것 같았음.
 하늘색 바탕. 소매와 목 둘레에 남색 테두리가 있었음.
 누런 포스트잇에 [잠옷1] [잠옷2] 라고 쓰여있었음.
 에밀리의 잠옷은 없음.
 우리의 방은 위험했음. 곧 짓이겨질 것 같았음. 왜인지 모르겠다.
 황제. 적제. 청제.
 그런데 에밀리랑 안 어울린다고 그런 호칭.
 팔이 아팠음. 문을 너무 많이 열어서.
 남자애는 남자애 뿐이었음.
 이름이 뭐였지?
 나중에는 커다랗게 컸음. 언제 저렇게 컸나 당황했음.
 주황색 소파.
 소파가 있던 곳은 그 방이 아니었음.
 난 어디에서 남자애와 같이 살기로 결심한 걸까.
 하얗고 둥그런 벤치.
 등 뒤는 창가.
 인큐베이터와 정신없는 그 세계를 지켜볼 수 있었음.
 에밀리라니 왜 에밀리지
 내(주인공의) 이름도 기억 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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