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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좀 이상한 이야기




 하하하, 참 이상해요.
 하나같이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 다그치기만 하고, 아무도 그 애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냐고는 묻지 않는 거예요.

 아니 뭐, 이해해요. 그 애는 정말 예쁘잖아요. 파리한 얼굴에 기다란 몸에, 나라도 그 애가 죽었다고 하면 왜 죽었는지 어쩌다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죽인 사람 따귀부터 때리고 볼 거에요. 게다가 당신은 그 애 남편이라면서요……아니, 약혼자라고 했었나? 어쨌거나 뭐. 아이구아이구. 안 됐네요. 난 늘 그 애가 누구랑 결혼하게 될지 궁금했었는데…….
 아. 나한테까지 이해받을 필요 없다는 표정이네요.

 하하하하하.

 좀 들어줘요. 나도 당신이랑 비슷하단 말이에요. 아니, 내가 당신보다 그 애를 더 좋아했단 말이에요.
 당신도 봤어야 해요, 나랑 이야기할 때 그 애가 얼마나 예쁘게 웃는지. 당신도 그 애가 그렇게 웃는 건 아마 못 봤을 거에요. 그 무심하던 눈이 아주아주 가늘어졌단 말이에요. 아주아주 행복한 것처럼……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웃었단 말이에요. 늘 나를 버러지보듯 내려다보던 그 예쁜 눈이 말이에요. 그 날은 그 애가 아닌 것처럼 웃었단 말이에요. 아주아주, 아주, 기쁘다는 듯이,

 당신 얘기를 하면서.

 …….
 당신 말이에요. 당신이야말로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왜……왜 하필 그 애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왜, 이제 나같은 벌레는 봐주지도 않고 웃어넘기게 만든 건데요……? 난요. 그 애가 날 보게 하려고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단 말이에요. 그걸 그렇게 단박에 훔쳐가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난 그 애에게 경멸당하는 것만도 좋았어요……그런데 이제 그 애는 날 보면서 불쾌해하지도 않잖아요. 그건 너무 불공평한 거잖아요. 나를 보면서도 당신 생각만 하고 있잖아요……그런 건 너무 잔인하잖아. 난 그 애가 너무 좋은데.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요. 그 애가 아주 많이 날 싫어하게 되겠지만, 그럼 날 싫어하느라 너무 바빠서 당신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 애가 그러는 거예요. 주야.

 주야. 날 죽여. 날. 그 이는 내버려둬. 제발. 날 죽여줘.

 난 그 애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애는 내게 죽어달라고 말하지 않았어요……자길 죽여달라고 했을 뿐이에요. 여지껏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던 내 이름을 불러주면서 말이에요. 나보러, 내 몸보다 내 혼보다 소중한 그 애를 죽여달라고.
 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정말로 당신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그 애가 죽어버릴 거란 걸 알았어요. 그건 싫었거든요……. 그 애가 내 이름을 불러줬잖아요. 주야, 하고……. 난 그 애를 당신에게 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당신 말고 누구였어도 주고 싶지 않지만요. 난……내가 그 애를 갖고 싶었어요. 분명히 그 애를 제일 잘 아는 건 나였어요. 그 애를 제일 좋아하는 것도 나야. 그러니까 그 애를 갖는 것도 나여야 했는데, 언젠간 내가 되어야만 했는데, 그 날 만난 그 애는 내가 아는 그 애가 아닌 거야. 그런데 내가 몰랐던 그 애는 내가 알던 그 애보다 훨씬……훠얼씬, 예쁘고, 너무 사랑스러운,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죽여달라고 말하면 죽일 수밖에 없는.

 알아요. 그 애는 영영 내 것이었던 적이 없어요……. 나를 가져준 적도 없었어……. 그 애의 머릿 속엔 당신을 살려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던 거야…….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은 그 애가 죽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으니까. 그 애를 못 지켜줬으니까. 그쵸? 그러니까 제발 그 애를 건드리지 말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살아요. 그 애를 내버려뒀으면, 그랬다면 그 애는 아직 죽지 않았……. …….

 …….
 하하하. 언제 내 따귀를 때려줄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내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잖아요.
 그 애는 당신을 만나서 죽은 거야.

 아니라구요?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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