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 소년처럼 당신을 사랑했다.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지 이름붙이기 힘들 정도로 괴상한 감각이긴 했지만, 사랑이란 말 말고 다른 것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나의 사랑은 냉장고의 서랍칸 속에서 조용히 말라붙은 맛살의 끄트머리였고, 제 때 말리지 않아서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가 나는 세탁기 속의 빨래였다. 순결하지만 쓸모가 없고, 깨끗하지만 하찮은 것이었다. 아름답지도 맛있지도 않은 것이었다. 아픈 것이었다. 못난 것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니었던 내 보잘것 없는 사랑에 당신은 답해주는 일이 없었다. 답해줄 기회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리고 어리석어서 늘 귀를 막고 있었으니까.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내 심장소리에만 귀기울일 수 있게.
이제와 그것이 미안한 날이 있었다.
모든 문장들의 시제가 과거형이 되고, 내가 마지막 사랑을 만난 날이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