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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판타지 소설을 보고 계십니다




 "율아. 율아."

 기율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지민은 취해있었다.
 음.
 돌아왔다는 표현은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이 곳은 지민의 집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몇 백 날 정도는 이 곳에서 먹고 생활하고 잠을 잤으니 어떤 의미로는 집이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구 아이구."

 현관 옆에 빨래처럼 늘어져있는 지민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숙였더니, 술을 흘렸는지 부었는지 매실주의 달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이란 음료에 대해 호감이 없던 기율은 그저 난처하게 눈꼬리를 떨어뜨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지민이 아이구 아이구, 하고 흥얼거리면서 기율의 목소리를 흉내낸다. 얼마나 독한 매실주였길래 지민을 취하게 만들었는지 기율로썬 짐작이 가지 않았다.

 "술 마셨어?"

 뻔한 것을 묻자, 지민이 대답 대신 뻔하게도 미소지었다.

 "율아,"
 "응."
 "율아아,"
 "왜에."
 "보고 싶었어."

 뻔뻔한 대답에 조금 웃으면서 지민의 몸을 안아든다. 무거울 것은 각오했지만 물에 젖은 솜, 아니 알콜에 취한 여자친구는 허공에 발가락을 한들거리며 웃을 뿐, 침대에 몸을 눕혀줘도 품에서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덕분에 옷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지민의 팔에 감겨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지민에게 주사가 없다는 점이다. 그녀는 고성방가를 하거나 옷을 벗어던지거나 하는 괴악한 술버릇도 없었고, 혀가 꼬이는 일도 드물거니와 술김에 하는 헛소리도 취중진담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맨 정신으로 말하고도 후회하지 않을 말만을, 아주 조금 늘어진 목소리로 속삭여올 뿐이었다. 그러니까,

 "보고 싶었어."
 "율아, 보고 싶었어……."

 이런 말을.

 "율아……."

 지민은 취했을 때도 취하지 않았을 때도 기율을 그리워한다. 심지어 기율의 팔 안에 안겨있을 때에도.
 두 사람이 엇갈려있던 시간 동안에도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어야할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지민아."
 "응."
 "지-민아."
 "왜-에?"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 보고 싶었어?"

 이렇게 물으면, 지민은 응. 하고 웃으며 안겨와줄 것이었다.






율아.
율아.
울어줘.
울어줘... 율아.
하면서 지가 질질 우는 걸 쓰고 싶었지만 나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리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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