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거?
볕이 잘 드는 창,
기다란 소파,
아무도 쓰지 않는 침대, 얼룩 한 점 없는 시트,
하얀 고양이…….
아니, 고양이를 기른 적은 없다.
그 방에 있던 것은 당신.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던 나.
우리 둘.
우리는 침대 밑에 웅크리고 잠을 잤다. 처녀귀신으로 죽는 것만은 죽어도 싫다고 해서, 나는 이따금 당신을 만졌다. 당신은 곧잘 젖어들었고, 열에 달떠 품에 안겨올 때면 나는 지치고 피곤해졌다. 당신은 자주 울었다. 이따금보다 자주, 나를 만졌고 내게 나를, 내게 당신을 호소했다. 우리는 먼지를 마시며 헐떡였고 운이 좋은 날엔 잃어버린 머리끈이나 동전을 찾아내기도 했다.
100원, 가끔은 500원. 그것들은 그냥 가끔 손가락에 걸렸다.
우리 둘,
나,
노란 돼지저금통.
나는 날이 좋은 날이면 당신을 위해 침대 밑을 쓸고 닦았다. 당신이 먼지를 먹지 않도록, 당신이 울면서 욕지거리를 하면 웃어줄 수 있도록. 물론 우리가 섹스를 하기에 침대 밑은 너무 좁았다. 그래도 우린 멀쩡히 비어있는 침대 위로 올라갈 마음이 없었다. 비좁고 불편한 것을 핑계로 대지 않으면 우린 게으르게도 하루, 일주일, 어쩌면 한 달은 내내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손톱 끝부터 머리카락 하나까지 남기지 않고 씹어먹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기분은 늘 침대 밑의 가장 어두운 곳에 숨겨두고, 달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만 몰래 꺼내보는 것이었다.
아주 게걸스럽게 핥아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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