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孝鳴)이라던가,"
"난초(蘭)라 하기에 얌전히 앉아있을 줄만 알았더니 금을 제법 뜯더군."
"그리고 신년제에 얼굴 조금 비췄다고 당신은 또 몸살이 났고 말이죠."
별채의 천장에는 하얀 연꽃들이 빈틈없이 수놓여있다. 분명 아름다운 무늬일지인데, 그 꽃잎으로 뒤덮힌 연못을 올려다보는 공영은 오늘따라 조금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올리자, 시야에 이번에는 아인의 손끝이 들어왔다. 계집처럼 고왔으나 손톱은 짧게 정돈되어 있고 그리운 냄새가 나는, 약사의 손이다. 그는 길게 타박하는 대신 공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을 닦아냈다. 미지근한 물기가 이마에 닿았다가 금세 날아가 사라진다. 우연실의 약사를 잠시 빌려올 수 있었으니, 몸살 정도는 상관없었다.
"피곤한 자리인 탓에, 그만."
이름도 가물가물한 여동생의 거문고 연주를 떠올리던 입술이 비스듬히 미소를 지었다.
"……그런 자리니까 자네가 보이지 않았던 거겠지. 좋은 핑계라도 있었던 건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체기가 있었던지라."
"아하."
뭐 그러셨겠지. 공영이 짧게 혀를 찼다.
신분의 위아래가 바뀌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은근히 아인은 그런 자리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이 나라에서 한 귀족가의 장남이 거취를 임의로 정하기는 힘든 것일진데, 요령이 좋은 것인지 가문 내의 존재감이 적은 것인지 모르겠다.
"아깝게 됐군. 썩 들을 만한 연주였건만."
공영이 혀를 차든 말든, 아인은 무미한 표정을 지킨 채 얇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무런 음악 없이,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