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시다시피 제 닉네임은 소언입죠.
초딩 때부터 쓰던 거지만 좀 중2돋네영. 訴言이라고 해서 하소연하고 징징거리는 게 업業이 된 느낌임.
소언보다 조금 덜 오래된 표식. #2는
전화 키패드로 입력할 때 A가 되어서 모바일상으로는 남의 폰 빌릴 때 많이 썼었다.
아마 주변에 A라서 2라는 해석을 아는 분들은 좀 남아있는 거 같다. 그런데..ㅋ........
사실 메신저의 대화명에서는... 별 거 없고 그냥 2번이라는 뜻이었다. #이 넘버지 달리 뭐겠어. 2번 자아라는 뜻이었다.
내게는 몇 가지 번호가 있었고 기분이나 상태나, 내가 나를 다루는 태도에 따라 바꾸곤 했었다. 이따금씩 다른 번호로 있을 때의 일은 책임지지 않기도 했다. 하도 많아서 전부는 기억나질 않는데 뭔가 야동 볼 때의 버전도 따로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 ... 어쨌거나.
#2는 혼자 있는 나였다. 혼자,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는 나였다. 나는 대화명에 #2를 올려두고 멀거니 파괴적인 신화를 쓰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울거나 죽은 선배를 생각하면서 숨을 참거나... 이건 비밀이었지만 내 세계 바깥의 밝고 명랑한 커뮤니티에서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안냐세요 이니냥입니당-_-v 같은 걸 하고 밝고 명랑한 팬픽을 쓰거나 정신나간 자기위로형 판타지를 연재하거나 녹색 날개달린 신발로 된 명랑한 메신저를 설치해서 그 쪽에서 짱 밝고 신나고 정신나간 채로 놀았음.......초딩시절에 대한 내 유일한 비밀임ㅋㅋㅋㅋㅋㅋ
어쨌건. 서로서로 이미 어른인 줄 알았던 내 사람들은 차츰 내 대화명의 숫자가 2일 때는 말을 걸지 않아주었다.
그렇게 #2로 오래오래 살다보니, # 뒤의 숫자를 바꿀 일이 없어졌다.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아무도 없어서다.
그래도 내 사람들이었는데 생각하면 애틋해진다. 난 정말 그 사람들을 좋아했었으니까
아 닉네임에 대해 고찰하려고 했는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