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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비가 그치고 네가



 똑,
 연의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연우의 몸을 굳게 만든 것은 빗물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빗물을 털었을 때, 끼릭,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잠겼을 때, 마른 옷 이야기를 하고 있던 연우가 침묵을 깨달았을 때. 연의 손목을 놓고, 돌아봤다가, 눈이 마주쳤을 때……그리고 연우가 조금 놀라 입을 벌렸을 때. 그 때, 연의 입술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울음을 터뜨린 건 삽시간이었다.

 후회가 번져왔다. 납조각을 삼킨 듯 뱃속이 참담해졌다. 연의 손에는 어쨌든 우산이 없었다. 연의 슬리퍼를 구겨신고 나갈 만큼은 급했으면서, 비를 맞는 것을 걱정해 멈칫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연우는 연을 울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연이 울 때 어떻게 달래야할지는 알지 못했다. 연의 옷이 이렇게 젖어있는데, 제 옷이 조금도 젖지 않은 것이 가증스러웠다. 아. 연이 비를 맞고 있던 이유를 알았더라면, 그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연우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나갔을 것이었다. 그를 끌어안았을 것이다. 연을,

 이렇게 추운 줄 알았다면,
 그렇게 서 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아."

 연의 머리카락에서 연신 비가 떨어졌다. 그가 붙잡고 매달린 셔츠에 비 냄새가 진득히 배였다.

 "연아……."

 소름끼치게 차가운 냄새였다. 눈물의 냄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전부 비 냄새일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잠시 그 물비린내를 맡으며 연이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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