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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No, I don't cry on the outside




 나는 말이야…….

 지민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꼭 포크를 사용하곤 했다. 그래서 냉동실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보면 늘 표면에 세 줄의 부드러운 곡선이 무늬처럼 사각사각 남아있었다. 굳이 스푼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지만, 누군가 물어온다면 포크로 긁었을 때의 아이스크림이 생강과자처럼 동그랗게 말려드는 모양을 좋아한다고 대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대로 입 안에 넣으면 끈적하게 혀에 달라붙고는 이내 녹아 없어지지만, 그래도. 그리고 아주 조금, 한기가 돌았다.

 응?

 기율은 잡지를 읽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 즈음의 지민은 기율이 방 안에 있는 것이 너무 익숙했기에 기율의 언행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 즈음의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데에 굉장히 익숙해져있었다.

 늘 오싹, 하고 추운 거야.
 응?
 아이스크림 먹을 때.
 응.
 그래서 난 그 때마다, 지금처럼 춥고 외롭게 혼자 죽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기율이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배지민 씨.
 응?
 이리 와 봐.
 응.

 포크를 물고 있다가, 아이스크림 통을 한쪽에 끼고 무릎으로 기어간다. 평소 같았으면 귀찮으니 네가 오라고 했을지도 몰랐지만, 왠지 몸이 움직였다. 더운 날이라 아이스크림 통까지 조금 끈적거리는 기분이었지만, 귀찮은 것보다는 왜 가까이 오라는 건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침대 끄트머리까지 기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내미는데, 기율이 자연스럽게 통을 받아서는――바닥에 내려놓았다.

 더 가까이.
 응?

 화가 난 걸까, 지민은 빤히 기율을 살폈다. 웃고 있진 않아도,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이리 와.

 기율이 손을 뻗었다,
 팔을 감았다.
 품에 안기기 직전엔 조금 넘어질 뻔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율을 돌아봤다. 물론 끌어안은 채로는 기율의 얼굴을 읽을 수 없다.

 지민이 아는 기율은 늘 그랬다. 웃고 있거나, 웃고 있지 않거나.

 묘하게 얼어있던 몸이 천천히 녹았다. 지민은 기율의 침묵이 의아해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어때?
 응?
 지금도 추워?

 기율이 물었다.

 지금도, 외로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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