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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하는 소언

Do you?




■ 배 지민(祉旼)
■ 대한민국 서울, 21세, 2월 4일 생.
■ 1남 1녀 중 막내, B형 물병자리.
■ 이것저것 하는 게 있지만 일단은 학생. N여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 현재 휴학 중.
■ 신축 오피스텔 구역 거주.

■ 169.3cm-56kg. 수수한 생얼의 볼매. 호치라서 웃는 얼굴이 인상적임. 머리는 어깨까지 오는 반샤기컷에 손목 발목이 도드러지게 가느다란 느낌. 화장을 안 하는 건 건성피부 때문도 있고 귀찮아서도 있지만 화장대는 갖고 있음.
■ 캐쥬얼하게 여느 대학생들처럼 입음. 스키니에 맨발로 신는 구두나, 레깅스에 롱부츠 조합이나. 여름에도 가벼운 소재를 입지 짧은 옷을 입지는 않는 것 같음. 은제의 귀걸이나 팔찌, 발찌 따위를 자주 쓰고 겨울에는 모자 목도리 장갑 따위로 무장. 렌즈가 필요한 정도로 시력이 나쁘진 않지만 공부하거나 뭔가 읽을 때는 안경을 쓰기도 함. 검은 사각테 안경.

■ H초등학교, Y중학교, A여고 졸업 후 N여대 인문과학부에 정시입학. 영문과 커리큘럼으로 3학기 이수 후 현재 휴학중. 중학생 때는 방송부의 엔지니어였다(18기). 번역 아르바이트는 1년 반, 수학과외 경력은 2년 반쯤 되어간다.
■ 자취중인 방은 집에서 지원받은 학비를 당겨서 얻은 전세. 때문에 학비 및 생활비는 전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번역알바는 일어 쪽인데, 우연히 친구 일을 도와줬다가 지금은 싼 맛에 계속 외주가 들어오는 듯. 편지나 가벼운 서류 따위도 있지만 차츰차츰 비주류 원고일 때도 늘고 있는 것 같음. 과외는 중고생 공통수학부터 수2까지 커버가능.

■ 가라앉은 찻잎 같은 이미지? 정적이고, 가볍고, 잔잔하고, 은근하고, 부담되지 않고.
■ 유쾌한 성격이지만 방정맞거나 시끄럽지 않음. 의욕부진에 귀차니즘이 천성이라 비교적 로우텐션. 평상시에는 어딘가에 흘러다니거나 어딘가에 늘어져있음. 어딘가에 의존하고 싶어하는데 살다보니 그냥 그런 상태로 홀로서기에 성공해버린 것 같다. 소속감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듯. 무리에 끼지 않는 대신 일대일의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많음. 굿 리스너. 그리고 그 모든 게 두터운 인맥이 되어 기댈 곳도 부탁할 곳도 아는 곳도 의외로 많다. 본인이 잘 기대지 않을 뿐.
■ 가늘고 길게가 인생의 모토. 야망도 없고 탐욕도 없고 목표치도 낮고, 기본적인 욕구도 담백한 편. 하지만 승부욕만은 강해서 일단 일을 시작하면 지기 싫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해낸다. 아직 사춘기를 앓고 있지만 방황하지는 않음. 그럴 시기가 지났기도 하고, 위태롭고 괴로운 정서 자체가 잘 정돈되어 버려서. 그냥 키핑해둔 채로 균형을 잘 잡고 있음.

■ 별명은 이름 탓으로 어릴 때부터 베지밀/두유. 애칭삼아 지밀, 밀이라고 불리는 일이 잦다. 본인도 남에게 별명이나 애칭 따위를 곧잘 붙이고 본명 대신 그 이름으로 핸드폰에 저장해두는데, 그러다가 그 사람과 친해지면 본명으로 갈아타는 식. 애칭이 본명처럼 불리는지라 특별히 내색하지는 않지만 지민이라고 똑바로 불러주는 쪽을 훨씬 더 좋아함.

■ 믿는 신은 없다. 염주나 로자리오 따위의 물건을 꽤 갖고 있지만 예쁜 악세사리에 불과함.
■ 몸도 그렇지만, 정신세계도 유연한 편. 그래서 상처입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지도 않는 것 같음. 스스로에게 별로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뭘 해야해, 보다는 글쎄, 귀찮아, 잘 해야지, 로 세상을 사는 게 가능한 게 아닐까.
■ 여고-여대를 나왔지만 소속에 매이지 않는지라 친구성비는 6:4 정도. 술친구가 차친구보다 많기 때문인 것 같고.

■ 활자를 읽어넘기는 걸 좋아함. 정말로 취미가 독서. 많이 읽는 건 대여점표의 양산형 로설이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많다는 느낌. 하지만 누가 취미를 물으면 반신욕이나 요가를 말한다. 취미라기보다는 이미 하루일과 안에 포함한 느낌.
■ 담배는 안 피우는데 건강에 나빠보여서. 그런 거 치고 주량은 상당하지만, 물 넘기듯 넘기는 체질은 아니고 천천히 마실 줄 알고 정신력이 강한 쪽에 가까운 것 같음. 술 자체보다는 누군가와 대작할 때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듯.
■ 반신욕은 혈액순환에 좋대서 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손발이 차가운 체질. 멀미체질도 취기처럼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달리고 있음. 택시나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좋아하고, 버스면 금방일 거리를 몇 십 분씩 산책하듯이 걷는 것도 좋아함.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흘러가는 인파를 보고 있거나 하는 것도 일상의 일부.

■ 아버지는 전직 공무원, 어머니는 전업주부. 일찍이 사회에서 은퇴했고, 낙향한 이후로는 자식들에게 더 이상 지원이 없다. 오빠(현민, 25)는 복역 중인데, 입대 직전에 약혼을 했다. 입대 전까지는 서로 그저 동거인에 불과했던 것 같음.
■ 첫사랑은 몰라도 첫 교제()는 유치원에서 같이 소꿉놀이하던 남자애가 아닐까 생각함. 대충 중학교 때부터 봄은 혼자 보내지 않아왔던 것 같음. 성향은 딱히 없고 연애는 평균 이상으로 많이 했다는 설정. 우연한 이벤트로든 작위적인 소개팅으로든 ㅇㅇ. EX들과도 비교적 화기애애한 사이에 가깝고, 특별히 트라우마가 남을만큼 불쾌했던 추억은 없음.
■ 겨우 열 아홉에 남편 될 남자를 만나다니……믿는 신도 없는데 어디서 축복을 받는 걸까?

■ 맥주보다는 소주, 와인보다는 동동주, 콜라보다는 사이다, 홍차보다는 녹차, 우유보다는 두유. 아이스크림은 딸기 파지만 그 외는 대부분 연두색에 가까운 색감의 무언가를 선호함. 청사과나 청포도, 매실, 라임, 키위, 완두콩, 무순, 그 외에 무슨 음식마다 녹차 들어간 것도. 녹차 들어간 냉면이라고 그러면 면이 녹색이잖아? 그런 식의 녹차계열 음식.
■ 집에 TV가 없음. 노트북은 있지만 오빠가 군대간 사이 꿀꺽한 구형이고, 사무 용도로만 쓰는지라 서핑이나 게임 같은 걸 하면서 놀지는 않음. 대신 라디오로 세상의 흐름이나 애들의 유행이나, 노래도 듣고, 쨌든 라디오를 좋아함. 반신욕 끝내고 나와서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쓴 채로 라디오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거나 일을 하거나, 여튼 좋아함. 
■ 그 외에 의존하는 기계는 핸드폰. 좀 오래된 거지만 스카이 뮤직폰을 줄여서 스뮤라는 별칭이 있던……그 슬라이드폰. 하얀색. 낡고 닳았음. 문자가 오면 재깍 답문하고 전화가 오면 재잘재잘 수다도 들어주는 식인데, 제일 의존적으로 활용하는 건 전화번호부와 다이어리 기능. 몇 년째 달력에 스케쥴이나 사람들과의 기념일을 채워넣는데 열중해있음.

■ 미래의 직업은 번역소설가로 정해진 것 같음. 미래의 남편과도 화기애애하고, 미래의 애도 똑똑하고 바르니까, 그 나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정신세계는 미래지향적이지만, 경제적인 압박이나 계획의 틀에 시달리지는 않음.
■ 글쎄, 기댈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흘러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흘러다니는 자아 그대로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같은 말인듯. 확고하게 고정되거나 정착하지 않는 쪽이 걔의 비관적인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 것 같음. 어차피 어디서든 균형은 잡을 수 있는 애고, 혹시나 균형을 잃더라도 손을 잡을 상대가 있으니 상관없는 일인 듯.


굴린 지 4년을 꽉 채우고 5년째가 되어가는 여자.
만들 때의 컨셉은 아이러니였는데……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러니를 유지하는 건 균형감각에 가까운 문제같음.
겨울에 태어났지만 추위를 타고, 의욕은 없지만 승부욕은 강하고, 영문과에 진학했지만 수학과외를 하고, 친구는 많지만 무리는 없고, 한일번역을 하게 되지만 프랑스의 어딘가에 살게 된다던가, 유연하지만 개방적이지는 않고, 유쾌하지만 명랑하지는 않고, 비관적이지만 우울하지 않고, 심란해하지만 정돈되어 있고, 상상은 하지만 꿈꾸지는 않는. ㅇㅇ

컨셉을 이상한 걸로 잡아서 망했다가 이제 와서 수습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어쨌건 좋은 남자를 만나서 참 다행.


+ 윗층에서 뭐 하는지 자꾸 내 방에 리드미컬한 진동이……몇 번 전화온 줄 헷갈려했다가 윗층인 걸 알고 대체 뭐길래 내 방까지 울리는걸까 며칠동안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안마용 바이브레이터인 것 같다. 진동패턴이 우리집 거랑 비슷함.
바닥에 놓고 쓰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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