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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하는 소언

아마도 겨울에 가까운


배 지민(祉旼). 2월 4일 생. B형 물병자리 여자.
물병자리와 천왕성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미래지향적이고 과거의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윗줄의 나이를 21세로 적지 않은 건 스물 한 살의 지민이를 많이 굴리지 않아서인데, 그 역시 이 애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현재에 없다는 뜻인 것도 같다. 왠지 가까이 있어도 먼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리감이 덤으로 탑재된 것 같지만.. ... ..........
비록 생일을 먼저 정했고 그 날짜가 물병자리라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썩 잘 어울리는 별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미지컬러는 진연두색이지만, 계절적인 이미지는 봄보다는 겨울에 가깝다. 겨울도 따뜻한 겨울이 아니라 시린 겨울. 어느 계절이든 겨울처럼 추위에 시달리며 보내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왠지 뜨거운 여름볕과 반짝이는 바다를 좋아하는 남편분과는 달리, 같은 여름을 쓰더라도 얼음장같은 에어컨 앞이나 쌀쌀한 여름밤 같은 것이 배경이어야할 것 같은 느낌.
... ... 놀라운 점은 그 남자 옆에 선다고 하면 에어매트를 한 팔에 낀 비키니 차림도 굉장히 어울린다는 점이다.



그리는 김에 고딩시절. 퀄리티가 거지같은 건 스루하고...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인 것도 스루하고...
껌은 안 씹고 다녔지만 그 나름 반항적인 불량학생. 당시 남자친구가 비오는 날이나 뻘하게 [구해줘] 같은 문자를 받으면 지민일 데리러 정문 앞에 차를 끌고 왔던지라 "그 아우디?"로 통하는 교내의 유명인사이기도 했다.(남자친구가) 차의 지나친 간지 탓에 원조교제로 몇 번 오해받기도 했지만 차 주인인 한영인 당시 잘생긴 21세의 대딩이었다. 우왕ㅋ굳ㅋ

사회성 이하 이것저것이 결핍된 남친과의 교제를 위해 지민인 문과생이면서 기꺼이 수2와 일어를 배웠는데, 둘 다 지금에는 생활밑천이 되었다. 군입대 덕분에 헤어진 뒤에도 지민이의/가희의 생일날에는 이 남자의 수제 케잌이 배송된다.
적어도 이 여고생의 얘기는 한 번쯤 길게 만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기 호모와 유부녀가 되어 잘 살고 있지만..^/^



갑자기 그림이 확 작아진 건 내가 졸려서 그랬던 것 같음.. ......... 크게 그리는 건 어려웡...
한영일 차버린 다음에 고3 봄에, 실연 기념으로 머리를 한 번 자른다. 덕분에 여고의 프린스로 거듭나기도 했...을까?
후배들에게 인기가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특별히 무언가 저학년과 교류할만한 CA를 했다는 설정은 없다. 아니면 같은 반 21번인 후배와 교류하는 의자매 시스템 같은 게 있다던지... ... 그럼 내 이쁜 하늬랑도 만날 수 있겠지ㅇㅇ

교복은 헐렁하게 입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말랐을 듯. 고2 때에 반해서 고3 때엔 굉장히 조용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야자시간엔 연우한테 열심히 편지를 썼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경의 고민이나 옛 연애이야기나 동경하는 선배 이야기나 시시콜콜한 그 날의 수업내용 같은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늘 시험지라던가 성적표나 논술 시험지 같은 걸 동봉하곤 했는데, 연우는 지민이가 뭘 보내든 간에 정성어린 답변을 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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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에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봄에는 육교에서 실족사 위기를 맞았다가 몸을 던져 구해준 남자와 전치 4주 깁스커플이 된다던가 하는 몸개그도 했지만 세상 살다보면 한 번 쯤 계단도 구르고 팔다리도 작살나고 하는거겠지. 이 때 사귀던 정우를 아라가 길게 짝사랑했던 덕분으로 후에 아라를 만나고, 아라네 집에 얹혀살고 있는 가희와도 아는 사이가 된다는... 뭐 그런... 설정을 위한 설정이 있다. 정우와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헤어졌지만.ㅇㅇ

그리고 이 해 겨울에 지하철에서 그 이♡를 만났지. 같은 전차 같은 칸에서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남녀라는 건 놀랍게 느껴지지만 아마 대형서점이 있는 역 근처에서 그 날 나온 유명한 신간을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글로 써야하는데 이렇게 썰을 푸는 건 책 이름을 아직도 정하지 못해서인데……아니야 나중에 글로 써야지. ㅇㅇ 이런 건 글로 써야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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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은 황금기였다. 꼬박 네 계절을 귤이랑 보내면서 그 나름 행복에 겨운 러브타임을 즐겼다고 생각한다. 늦여름에 부모님이 낙향해버리면서, 지원받은 학자금으로 방을 구하고 그 대신 휴학을 했다. 수학과외는 하지만 영어과외는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제자가 영어문제를 물어보면 답 정도는 해줄 수 있는 듯 하다. 일어번역은 철저하게 인맥 덕분인듯.

늦가을부터 갈 곳 잃은 가희땅과 같이 살게 되었다. 귤이를 재울 수는 없고 가희를 혼자 둘 수도 없으니 귤이 집에서 자지도 않게 된 듯. 가희와 귤이는 얼굴도 본 적이 없을 것 같다. 막내딸이었기 때문에 자기 이외의 누군가를 책임지는 건 처음이었을 테고, 그래서 가희와의 동거는 그 나름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달까...
이 즈음부터 귤이와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부의 치졸한 이유일 뿐 가희 때문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겨울에는 정말로 커플이 깨져버려썽ㅇ... 가희한테는 굳이 헤어졌단 얘기를 안 하는 것 같다.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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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하나부터는 현재 시점인데, 학교도 다니고 있지 않고 특정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계속 친구의 오빠를 동경하고 있고, 귀여운 미소녀와 동거를 계속하고 있고, 계속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고, 익명의 선물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혼자에 외로워하기도 하고 외로워하지 않기도 하면서 이럭저럭 평이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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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돈이 쌓이게 되고() 스물 둘에 복학한 뒤로는 알바를 차츰 줄이고 학교에도 꼬박꼬박 잘 나갔다. 스물 넷에 무난한 졸업을 하고, 뭘 할까 고민하기도 전에 자교 대학원에 원서를 냈다. 스물 다섯에 가희가 유학을 가고... 스물 여덟 2월에는 공식적인 고학력잉여가 된다. 그 해 5월에 결혼을 하니까 뭐 적당히 비는 기간 없이 생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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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루트. 스물 여덟 여름에 지민인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부동산에서 연우를 만나 거둬진 이후로 1년 반동안 훌륭한 잉여로 거듭난다. 연우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한 이유와 지민이와 관련한 본인의 흑역사 때문에 동거를 하면서도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했는데, 침대만은 같이 썼다. 연우가 금은방 앞을 기웃거리는 걸 발견한지는 오래 됐는데, 아마 청혼받지 못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연우가 다시 연이를 만났다고 실토한 그 날 집을 나왔던 거겠지.
그 뒤의 설정은 끊겨있지만... 어디든 표류하다가 바다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한강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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