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쓰던 글이 있지만 거기에 다 넣을 자신이 없어서 대강 썰을 풀고 자기로 결심
어닼. 찌질. 병맛. 안타깝지만 패러렐은 아님.
연우는 어딘가의 육군병장(22). 지민인 아현여고 3학년(18)일 때의 이야기. 연우는 찌질한 심성 탓에 정신적으로 계속 겉돌고 있었는데 여고표 편지를 받아. 펜팔하면서 격없이 속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외롭다 외롭다하니 그걸 연애라고 생각하게 됨. 얼굴도 모르는 여고생하고 어떻게 연애를 했냐고?... 모니터 속 세이버땅에게 모에하는 것과 비슷한 듯.
수능이 끝나고 지민이가 외박면회를 왔어. 발을 절길래 왜 그러냐니까 며칠 전에 계단에서 굴렀대. 붕대도 맸어. 그런 발로 보러 와준건가 감동먹어. 모텔에 갔어. 초면에 잠부터 자냐고? 아니 그냥 닭먹고 술마시고 선배는 진짜 선배 글씨체랑 똑같이 생겼네 / 나도 배 양인 거 한 번에 알아봤어 하하하 이러면서 사이좋게 먹고 놀았어. 지민인 술이 약해서 그러다가 금방 잠들었는데, 연우는 남자잖아. 군대에서 쌓인 거 많은 남자잖아. 그런데 눈 앞에 모니터 너머로만 꿈꿔왔던 세이버땅이 무방비하게 자고 있잖아. 자기도 술이 들어가서 이성이 좀 무디기도 했고. 덮쳤어. 그런데 연우는... ... 게이잖아? 아무리 세이버땅이라도 정작 치마 밑에서 꼴리질 않으면 무슨 소용. 연우는 그 때까지 자기가 헤테로인 줄 알았기 때문에 패닉하고, 지민인 이건 뭔 병신이..^^; 하고 집에 가려고 했지. 그런데 취했잖아. 발도 다쳤잖아. 잡혔어. 연우는 패닉한 상태면서도, 지금 지민일 안 잡으면 다신 못 본다는 것만은 알았어. 그리고 지민이에 대한 연심이 변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잡고, 다친 발목을 꺾었어. 꺾었다는 말밖에 생각 안나는데 뒤집어 꺾은 건 아니고 접지른 걸 덧나게 했다고.
뭐... 지민인 다시 도망칠 생각은 안했어. 보아하니 당할 것 같진 않고, 발목은 이미 잘못됐고, 반항해봤자 걔만 더 꼴받을 것 같고....거기에, 또 당하면 또 어떠하리 싶어질만큼 연우한테 짜식기도 했고. 현명한 대처였는진 모르겠지만 복귀 전에 병원에도 데려다주고 해서 탈없이 집에 돌아갔어, 발은 며칠 더 절었지만. 별로 트라우마가 되진 않았음. 그렇게 넘길 수 있을만큼 연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도 있고, 얘도 머리에 든 게 있는데 모텔에 생각없이 들어간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후로 지민인 김공영 급의 아무리 마셔도 아임 오케이 베이비 주당지밀로 거듭나게 되었지...... ...
외려 그 일에 제대로 트라우마가 생긴 건 연우 쪽이야. 연우는 자기한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거든. 그 뒤로는 아무리 상대가 꼬셔도 취한 애라고는 절대로 안 해. 혼자 뭘 치는 한이 있어도 못 해. 그렇게 찌질한 S로 거듭나 제대 후에는 남자를 찾아 바를 전전하게 되고.. .. .. . . 좀 슬픈 것도 같지만 괜찮아, 그 바에서 연이도 만났으니까. .. .... ... 그리고 이따금씩 연이한테 선물을 사주려고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점원한테 걸리는 날이면 익명으로 공물을 보내곤 하지. .. .. 똥망.. .. . 물론 이 망한 흑역사에 대해 아는 건 둘 뿐이고 그나마 지민인 거의 잊어버렸음. 관심 자체가 없음.
- 저런 일련의 흑역사들 때문에 연우는 빼도박도 못할 밀덕이 된듯. 나중에도 영영 손댈 수 없음. 여신님. 뭐 이미 예시가 세이버땅이란 점에서 답이 없지만... 당연하지만 애인과는 장르가 다른 사랑임. 하지만 사랑이긴 한 것 같음.
- 페이트도 안 해본 것들이 사랑을 알겠냐?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밀에서의 아저씨 연우가 애틋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저런 일들 때문에.
- 그래도 펜팔하면서는 몹시 잘 맞았을 것 같음. 성격 면에서 서로 공통점이 많으니까. 공통점이 많은데, 서로에게 한 쪽은 상큼한 여동생이라는 점에서, 한 쪽은 다정다감한 오빠라는 점에서 서로서로 위안거리가 되었을 듯. 펜팔하면서는.
쓰고 있던 글을 너무 그대로 요약정리한 것 같아서 맘이 아픈 듯도... ....글을 다 쓰면 폭파하기로 하자.
공개로 해둬도 되는걸까 좀 자신이 없지만 자신이 없으므로 태그는 달지 않겠음. 스루력을 발휘해주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