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이 블로그 테마는 텍스트로그였지 않던가...?
언제나 글도 그림도 시망이져 그것이 이곳의 테ㅋ마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 제대로 된 글을 쓸 때까지 이 포스팅에 글이고 그림이고 다 올리겠음 ㅇㅇ
짜증이 솟구쳤다. 그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하는 소소하고 쓸데없고 아무래도 좋은 것에 내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그 작은 것 때문에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말이다. 그것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 애의 이름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좋은 것처럼 취급받아서는 안 되는 이름이었다. 그들이 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그 애의 이름만큼은 아무나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애는 그런 예우를 받아 마땅했다. 내가 그 애를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애까지 그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아, 미안.
피아노 쓰려는 거지?
네? 네.
어쩌면 방해받은 것은 그녀일텐데, 오히려 방해해서 미안하게 됐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가 신성한 교정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이 두 배 쯤 신경쓰였는데, 그녀는 내가 긴장하고 있는 것까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비켜줄까? 윤 나리 양.
네? 그, 그게.
음?
까만 눈이 가만히 나를 올려다본다. 이거 때문에 그래? 타다 만 종이막대가 아직 손가락 사이에 들려있었다. 별 거 아니란 듯이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당장 교무실로 달려가도 되는데? 말하고 싶으면. 아현여자고등학교는 전통이 긴 여학교답게 엄격한 교칙으로도 유명했다. 흡연 사실이 보고되면 정학에 징계에, 아니 퇴학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녀는 여유넘치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놀란 것은,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니, 정신차려 윤나리. 동경해온 선배와의 첫 만남이다.
나리 양?
말 안 할게요.
나는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 충분히 늦은 뒤였지만, 게다가 얼굴도 붉어진 것 같지만,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오셔도 괜찮아요. 음악실 청소는 일찍 끝나고, 이 시간의 음악실엔 기껏해야 부활도 안 하면서 피아노를 치러 오는 저 정도밖에 없으니까……그러니까 물론 제가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셨으면 한다는 거기도 한데,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저는 선배님이 여기 계셔도 사과받을 이유가 없다는 거구요. 그리고,
그리고?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고…….
……응?
그녀는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ㅡ나 임신 안했는데?
졸렸다. 졸음에 겨운 눈꺼풀을 몇 번인가 성의껏 깜빡여보지만, 한번 찾아든 잠기운은 그리 손쉽게 떠나가주지 않았다. 아까 먹은 치킨까스가 너무 많았던 걸까 아니면 어제도 제대로 밤잠을 자지 못했던 탓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은 잠들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만으로 뭐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 잠기운을 쫓아내고 다음 시간인 고전문학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쉬는 시간인 지금 지민 선배가 당장 2학년 꽃모래반으로 찾아와서 로자리오를 내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선배에게 너무 과한 처사같다. 공권력을 써서 그 무미한 목소리로 '2학년 꽃모래반 윤나리 학우는 학생회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하고 방송을 하면 어떨까. 아니, 직접 하시기는 귀찮으실테지. 아. 아. 삐익──귀 아프잖아. 이걸 줄이면 되나?──삑.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응?
윤 나리 양. 2학년 꽃모래반 윤 나리 양을 찾습니다아. 방송실로 내려와주세요. 다시 한 번 말슴드립니다. 2학년 꽃모래반의 윤 나리 양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방송실로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반 친구들의 눈이 전부 나리를 향해 집중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지민 선배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쏟아지던 잠만큼은 한 순간에 달아나버렸다. 나리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느라 앉아있던 걸상이 뒤로 넘어졌지만, 아무도 걸상의 안부에 관심이 없엇다. 아직 나리의 생각이 미치기 전이었지만, 방송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선배라면, 참으로 선배다운 일이었다. 그녀는 직접 마이크를 잡기에 귀찮았던 나머지 절친한 친구ㅡ라고 표현하기에 너무 호화로운 캐스팅이 아닌가도 싶지만,ㅡ인 황장미님을 부려먹기로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