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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언젠가 써보지 않을까 싶었던 쪽-3-





 아, 음악 소리. 생각하기 전에 이미 문이 열려있다. 부서 특성상, 이라는 이유가 다분하게도 방송실은 방음시설이 완비된 것이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간단한 것에 당황하다가, 부실의 맞은편에 교무실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일단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누군가 음악을 듣고 있겠지 싶은 마음에 주위를…아.

 "안녕하세요ㅡ선배님."

 방송시간도 아닌데, 2학년의 엔지니어는 기계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건 내게 조금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리 학교의 방송실은 기계실과 스튜디오로 이분되어있다. 1학년에게 주어지는 인격적인 대우는 미비해서, 안락한 쇼파가 있는 스튜디오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또, 인격적인 대우의 문제보단 어리숙한 방송사고의 방지를 위해, 실전이 아니면 감히 기계를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 말인즉 기계실 안에 멀뚱히 서 있다가 선배들이 들락날락 하면 인사를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보면 좋을 1학년에게는,

 "안녕? 이름이……."

 서 있을 자리가 애매해진다는 문제라서.

 "윤 나리입니다, 선배님."
 "뭐, 선배 정도로 좋아."

 후배의 사정 같은 건 알리 없을 선배가, 후후, 라고 밖엔 읽을 수 없을 웃음소리를 내며 짧게 웃었다. 학교 규정의 단발머리와 수선은 커녕 막 교복점에서 꺼내온 것 같은 교복이,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2학년이란 표시의 연두색 명찰에는 배 지 민, 이라고 그녀의 이름이 박혀 있다. 분명 내 명찰도 가슴에 잘 매달려 있을텐데, 직속 후배의 이름을 어째선지 기억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첫 규정에 분명히, '호칭은 선배님'이라고."
 "그랬었나?"

 네, 하고 대답하려다가 조금 놀란다. 내게 물은 것이 아니었다.

 "ㅡ그랬었지."

 아. 둘 뿐이 아니었구나 하고 보면, 기계 뒤에서 에디터가 걸어나온다.
 무언가 뒷공작을 하고 있었는지,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소라 선배님."
 "안녕, 나리 양."

 웃으면서 화답하는 소라 선배.
 자연스럽게 지민 선배의 옆에 앉더니, 원래부터 그러고 있었던 건지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고 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상한 표정이네."

 ㅡ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부원끼리의 이성교제나 심한 애정표현은 규정위반이다.
 저 이름에선 조금도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지만, 아니 사실, 저 곱상한 얼굴에서도 조금 의심이 가지만, 우리의 유일한 에디터는 명실상부한 남자인 것이다.

 "아, 그러니까……."
 "설마 일곱번째 규정인가 하는 걸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딱 맞추셨네요, 라고는 말할 수가 없어서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순서가 뒤섞인 것 같은 두 선배의 슬리퍼가 시야에 들어오는데, 아무리 쓸고 닦아도 더럽기 그지없는 바닥밖에 눈을 돌릴 곳이 없다. 그러는 중에 귀에 후후, 하고 지민 선배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슨 규정인데? 하는.
 둘이 그런 사이였나, 하고 생각하면 반 년쯤 함께 보낸 선배들인데도 처음 만나는 것 같은 낯설음 같은 것이 뭉클 떠오른다. 지민 선배, 남자 같은 건 관심없단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뭐더라, 무튼 우리 지금 규정위반 중이야."

 쿡쿡, 정말 그런 소리를 내면서 소라 선배도 웃었다. 우와, 영락없이 머리만 스포츠 형으로 깎은 여자. 저런 머리와 남학생 교복을 입고도 여자란 기분이 들게 하는 미모다. 잠깐, 잠깐만요, 지금 당신들, 내 앞이라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잖아…….

 "…저, 돌아갈까요?"

 음? 하고 지민 선배의 이마에서 고개를 든 소라 선배가 스스럼없이 말했다.

 "설마하니, 더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진도니까. 나리도 어디 앉아."
 "규정엔 없지만, 1학년 의자는 없지 않아?"

 ……아뇨, 그 문제가 아닐텐데.
 하다가, 그제야, 음악 소리가 나고 있었지, 하고 깨닫는다.

 "노래, 재밌지."
 "네, 그렇네요."

 일단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모를 외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영어 같지는 않고, 일본어일까?
 …기계 쪽을 돌아보면, '뚥뛝꿇훑 - 03:38' 이라고 쓰여있다. 설마 제목은 아니겠지.

 "──아파!"
 "그래, 여기라고."

 …갑자기 철썩, 같은 굉장한 소리가 나서 돌아보면 지민 선배가 벌떡 일어난다.
 기계 쪽으로 움직이려다, 현기증에 비틀거린다.

 "…어어, 지민아."

 덩달아 일어나서 어깨를 잡아주는 소라 선배. 손바닥으로 맞은 허벅지가 꽤 아픈 것 같은 표정이다.
 둘 다 평균 이상의 늘씬한 신장을 갖고 있는데도, 꽤 이상적인 키차이가 난다.

 "정말, 너도 빈혈인지 멀미인지, 심하다니까."
 "……끄응, 무튼, 방금 그 부분."

 무슨 토론을 하고 있었는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 소라 선배가 맡기는 대로 지민 선배를 받아다 의자에 앉힌다. 가는 손가락이 어깨를 꾹 누르고 있어, 감히 나는 덤이 되어 의자에 앉는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후우. 미치겠네."

 지민 선배를 몸에 매달고, 한동안 나는 소라 선배가 음향기기를 조작하는 모양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규정에는 없다만, 1학년의 의자는 분명히 없었던 것 같은데.


 몇 개월 뒤였던가, 소라 선배가 장렬하게 차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민 선배는 3학년들의 졸업식 축하 영상에 들어갈 BGM을 골라주고 있었다고 순순히 밝혀주었다.

 
 




In Fob Chain Messenger 8.0* : Written by Appeal
유소라 15세, 배지민 14세, 윤나리 14세.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아무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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