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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자캐의_눈동자_묘사_눈을_보면_느껴지는_분위기

 

대화가 끊어지자, 에스텔은 흥미를 잃었는지 들고 있던 디바이스를 향해 다시 눈을 돌린다. 그가 그렇게 눈을 내리깔 때면 기다란 속눈썹이 창백한 뺨 위에 엷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잠시 그 모습을 창 밖의 풍경처럼 감상한다. 물론 이곳에 내다볼 창 같은 것은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셸터 밖으로 나가본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니 그의 눈이 연구실의 백열등이 아닌 해 질 무렵의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담았을 때 어떤 빛을 띨지는, 땅 위의 문명이 멸망하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 상상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련의 상상을 마치기도 전에, 전자기기 특유의 푸르스름한 불빛이 안경의 렌즈에 반사되며 그의 눈동자를 가린다. 무심하셔라.
그래, 너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도 모를 테니. 이편이 공평하겠지.

“이봐, 네브.”

“네.”

“너 노을을 본 적 있어?”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되묻는다.

“태양이 뜨거나 질 때 하늘이 붉어지는 현상 말이죠?”

그렇구나. 그러고 보면, 요즘 시대에는 ‘노을’이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발음할 일이 거의 없다.

“잘 알고 있네.”
“……몇 번은요. 저도 파견을 다닌 지 꽤 되었는걸요.”

여전히 디바이스를 내려다보고 있던 에스텔이, 문득 짧은 숨을 뱉었다. 꼭 탄식처럼 들렸다.

“아름답더군요.”

웃음소리를 들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

 

 

 

210624

눈동자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 갑자기 모브캐를 빌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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