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구의 애매한 서화

헤어지는 소녀의 도시



 이, 사람으로 가득찬 도시에는 외로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멀거니 유리창을 내다보면 그 풍경이 슬프다. 

 "괜찮아."

 그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것은, 조금도, 내가 상냥해서 따위는 아니다.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저 그 아이가 혼자였기에, 그런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그 외로운 이들은 손을 내밀어준 내게, 내가 기대했던 아낌없는 신뢰와 애정을 쏟아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겐 장점이 있고, 그것을 찾는 건 그 다음의 일이어도 상관은 없다. 그러니까,

 외로워 보였어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던가 생각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해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배 양이랑 나는, 닮은 점이 있으니까, 이해할 수 있어."

 사실 외로운 건 나라고, 사랑받고 싶은 건 나라고, 그렇게도, 왠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남자친구, 였던 지인은 몇 번인가 안경을 만지작거리고, 그렇게 말했다. 사귀었던 시간은 짧았지만, 한 번도 지민아, 하고 불러준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난 곳은 이 카페에서였고, 같은 자리에서 헤어지는 것은 편리할 거란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지만, 그래도 같은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특별했던 추억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는 사이였던 거다.

 "그런데, 배 양은 괜찮겠어?"

 아. 이 남자는 사실,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

 "……그럼."

 썩 어렵지 않게 미소지어보였다.
 순간 내일부터는 얼마나 외로워질까, 생각하게 되고 만다.

 "늘 고마웠어, 선배."

 이별이 아프지는 않지만, 유리벽 너머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람들이 불빛들 사이로 흘러가고 있다.

 불과 몇 분만에 옛 애인이 된 남자가 인파에 섞여든다.
 눈을 감는다.
 그것으로 부족해서,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그는 "나도 그래, 지민아." 하고 대답해줬던 것이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