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감기 안 걸리는데.
지민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콜록, 콜록, 하고 뒤따라나온 기침소리에 미열이 배어나온다. 묵주를 갖고 다니지만 믿는 신은 없고, 추위를 심하게 타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하고, 감기에는 걸리지 않았는데 쉼없이 콜록거리고 있는ㅡ오늘도 여전히 이상한 여자친구였다. 힘겨워보이는 목을 손으로 감싸쥐자, 지민이 눈을 감고 몇 번인가 기침을 삼킨다.
그래?
응. 건강한 여자애니까.
품 속에서, 굉장히 근거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건강한 여자애였군요.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기율은 대강 그녀의 열을 가늠해본다. 열이 내리려는 건지, 보는 일이 드문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 꽤 서늘한 감촉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지민이 팔을 뻗어 더듬더듬 기율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땀을 흘린 뒷목이며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떼내고, 이마에 손등을 짚어본다고 하는……그런데,
열이 안 내리네, 율이.
분명히 환자였을 지민이 의사마냥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말대로, 이마에 닿았던 손은 묘하게 차가워서 오한이 들었다. 작게 움찔거리는 기척을 느꼈는지, 손바닥을 써서 뺨을 매만지기 시작한다. 저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그런가.
그리고 열감기를 앓을 때의 서느런 손길은, 상냥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한 이불을 목까지 끌어덮고 가만히 가만히 봄을 난다. 기율이 병원에서 타온 하얀 감기약과 지민이 약국에서 사온 연두색 캡슐의 감기약을 들여다보다가, 오렌지색의 달짝지근한 해열시럽과 따뜻하게 데운 갈색 병의 드링크를 나누어마신다. 사이좋게 몸을 기대고 열이 옮아가기를 감기약의 약효가 돌기를, 혹은 변덕스러운 초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믿는 신은 없었기에, 기도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둘 다 감기걸려서 다행이네. 적어도 옮길 일은 없잖아.
마른 목소리로 말을 걸었더니, 약기운에 몽롱해진 지민이 대답 대신 웃었다. 아니, 기침소리인가? 목감기에 시달리고 있어서인지 웃음소리마저 옅은 기침소리처럼 들렸다. 다시 목을 감싸줄까 생각하는데 지민의 손이 기율의 뺨에 닿아왔다. 너 방금 웃은 거야 기침하는 거야?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