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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어리광을 부리자, 왜냐면 사랑하니까...




 "안녕하세요, 부가서비스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네 고객님. 무슨 서비스가 필요하신가요?"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지금은 남자친구에게 열심히 징징거리는 중이다. 숨이 막히도록 가슴에 바짝 매달려서는, 그 체중에 짓눌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위로해줘, 사랑해줘, 끌어안고 싶어, 그런 걸 생각하다가, 괴롭혀줘, 밟아줘, 망가지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한다. 꾹 소리가 나도록 입술을 누르고 있느라 전부 생각 뿐이었지만, 어깨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걸 보면 안아달라는 말 정도는 귀에 들려버린 게 분명했다. 복화술은 할 줄 모르는데, 신기한 일이다.

 "주기율 씨 1g만……지금 당장. 아주 급해요."

 그래서 대체 뭐라는 건데? 싶게 들리시겠지만, 지금은 남자친구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중이다.

 "……어라, 1g만?"
 "글쎄……그럼 1kg?"
 "으음, 갑자기 확 불어난 것 같은데. 무겁지 않겠어?"

 슬프지는 않았다. 위로받아 마땅할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냥한 손길에 기대지 않아도 좋을 만큼은 나이를 먹었다. 엉망진창으로 부서질 수 있을만큼 약하지도 못했다. 그런 것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힘낼테니까, 조금만. 응? 갖고 싶어."
 "그래? 사실 비매품이지만,"

 우물거리느라 뭉그러진 입술을 떼고 그 비매품을 올려다본다. 비매품을 포장하고 있는 셔츠에는 립글로스가 묻어버려서, 조금 번들거리는 얼룩이 생겨있다. 얼룩의 크기만큼 미안한 마음이 들려던 찰나에, 다정한 목소리가 이마에 닿았다.

 "고객님께만 특별히 제공해드리는 거에요."

 꾹, 하고 눌리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것 같았다.

 "네에, 비매품인 주기율 씨."
 아, 이 품 안에서, 슬퍼할 일 따위가 남아있을 리는 없다.

 "우리 율이,"
 품에 기대, 지민이 속삭였다. 한국어의 우리는 my로 번역이 돼서 좋았다.

 "내 남자……내 꺼."
 눈을 감았다.

 그냥 오늘은, 조금 피곤했을 뿐이다. 몸을 때리는 봄바람이 조금 매서워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아니면 마침 H역으로 가는 버스가 눈 앞을 지나가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눈가가 조금 시려져서, 가슴 밑바닥이 조금 먹먹해져서, 그냥, 그래서 이 곳으로 와버린 것 뿐이다. 이 품에 안기면, 그런 것들은 다 잊어버릴 수 있을테니까.
 근데 있잖아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내가 네 몸무게를 다 사버리면 난 몇 키로가 되는거지. 고도비만이 되는 걸까, 아니면 키도 같이 크는걸까? 글쎄, 죄송하지만 저는 비매품이라니까요. 그랬지, 그럼 내 몸무게로 1kg 돌려줄게. 그러면 안 돼? 아아, 맞교환같은 걸로? 응. 1kg만. 네, 네. 1kg만……아니, 아니야. 사실 좀 더 가져가도 돼. 난 많이 있거든.

 그 댓가로는 900원의 버스비도, 20분의 시간도, 56kg만큼의 중력도 아깝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음담패설을 싸지르고 일단 자러...

+ 오전 10시에 메시지 남겨주신 분,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하는 곳을 특별히 마련해두지 않았는데 다음 개편 때는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겠어요. 여기에 써도 보시려나... 네, 그렇게 남겨주시면 저한테는 남긴 시간과 함께 메시지로 오구요. 지금은 일방향으로 가볍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담없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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