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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새삼 우결 패러디가 해보고 싶었지만 귤이 대신 이 먼지묻은 패러렐을 꺼내보기로...




 "누군지 알아?"
 "음……뭔가 노래부르는 애지? 아이돌."

 키스할 때처럼 턱을 가볍게 든 채로, 지민은 얌전히 화장을 받고 있었다. 많고 많은 누나 연예인들 중에 국민누나라는 별칭을 얻어낸 걸 보면 그녀도 소위 말하는 연예계의 네임드-스타 중 하나임이 분명했지만, 그녀의 활동반경인 스크린 밖의 흐름에는 반 박자 즈음 관심이 부족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화장붓을 쓰고 있던 기율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응. 아이돌 밴드지만 싱어송라이터. 인터뷰 기사 보니까 모델 시절부터 네 골수팬이었다는데."
 "……일단 걔 덕분에 공중파 섭외가 들어온거라 이 말이네."
 "그런 거지. 됐어, 이제 한 번 돌아봐."

 기율이 말한대로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 빙글 돌았다. 모델 출신 영화배우다운 우아한 턴이었다.

 "어때? 예뻐?"
 "영락없이 아줌마 같은데."
 "정말?"

 농담처럼 말하며 어깨를 돌려 거울 앞에 세워주자, 지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율이 고른 옷은 언제나 지민의 몸에 맞춘 듯이 어울렸고, 오늘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진녹색의 심플한 실크원피스에 하얀 나리꽃을 한 송이 머리에 꽃은 그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당장 레드카펫을 밟고 시상식장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모습이었다.
 애석한 것이 있다면 공들여 화장을 해봤자 민낯일 때가 훨씬 어려보인다는 점이다.

 "뭐, 결혼하러 가는 거니까."

 신랑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지민은 그렇게 말했다.

 "너보다 어린 거 알지?"
 "그러게, 상큼한 어린애라며."
 "어린 애가 좋아?"
 "나쁘진 않지."
 "나쁘진 않다는 건 무슨 뜻일까? 배지민 씨."

 기율이 익살스레 투덜거리는 동안, 지민은 거울에 비치는 그의 모습을 잠시 올려다본다. 그녀의 코디네이터이자 운전기사면서 매니저 겸 보디가드에, 연인까지 겸하고 있는 남자는 잠시 그녀가 꽃고 있는 나리꽃의 향기를 맡고 있다.

 그 찰나동안 지민은, 이대로 기율이 그녀를 쓰러뜨리면 어떨까 생각한다. 언젠가 그가 받아왔다가 다 읽기도 전에 그가 처분해버린 어느 영화 속의 에로틱한 시나리오처럼, 머리의 꽃을 뽑아 멀리 던지고, 얇은 드레스의 지퍼를 벌리고 드러난 살갗에 입을 맞추며, 지민아, 가지 마, 네 남편은 나잖아. 같은 애절하고 아련한 셰리프를 퍽퍽 날려준다면…….

 "오늘 예뻐."
 "네, 고맙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상 시나리오였다, 지금 그녀가 하러가는 가짜 결혼처럼.
 그가 그런 남자였다면 두 사람의 연애는 훨씬 일찍, 혹은 시작하지도 못한 채 마지막회를 맞았을 것이었다.

 "너무 예쁘면 안되니까 이건 뺄까?"
 "예쁘면 안 되는 거야?"
 "골수팬 겸 가상남편이 정말 반해버리면 곤란하니까."
 "어머나."

 어쨌건 머리의 꽃을 뽑는 것까지는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꽃줄기를 떼어내는 그의 눈을 웃으며 보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다. 기율의 손에 들린 나리꽃을 집어다가 그의 귓등 위에 곱게 얹는데 성공한다. 머리 위의 꽃으로 한층 화사하고 싱싱해진 기율이 웃으면서, 오늘 결혼하는 건 넌데요? 하고 진주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지민이 끼고 있던 반지를 그의 바지 뒷주머니 속에 밀어넣은 것도 그 때였다.



 있지 진짜 남편은 한 살 쯤 연상이었으면 좋겠어. 기율이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거는 동안, 메이크업을 받을 때처럼 턱을 가볍게 든 채로 지민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기왕이면 하얀 나리꽃이라던가 하얀 나리꽃 같은 것도 잘 어울리는 남자로. 하얀 나리꽃이 좋아? 등께를 매만지는 손길에 웃으며 묻자, 지민이 뻔뻔히도 대답했다. 아니, 네가 좋은데?

 아. 사실 키는 좀 더 작았으면 좋겠어.
 내 키가 왜?
 네가 입 맞출 때까지 이러고 기다려야 되잖아.




ㅋㅋㅋㅋ... 릐님은 패러렐 썰마저 천재가 틀림없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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