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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하나 있는 여친이 이런 여자라 오늘도 면목이 없죠...



 초콜릿을 까득거리며 녹여먹던 지민이 갑자기 팔을 버둥거렸다. 불분명한 발음이었지만 잠깐만, 하고 말한 것 같았다. 응? 먹고 말해도 돼. 손가락을 뻗어 이마를 누르자 지민은 일어나는 대신 별 항의없이 입 안의 것을 삼켰다. 다시 입술을 달싹거렸을 때는ㅡ그러고보니 오늘 발렌타인 데이였던 거지? 라고 말했는데ㅡ하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발음이 돌아온다. 그 뒤에는 굉장히 애매한 표정이 뒤따랐다. 발렌타인……이면 나도, 아니……내가 율이한테 줬어야 되는 거지……?

 ……굉장히, 애매(2).

 "지금까지 계속 받기만 했거든, 발렌타인에. 그래서 잊어버렸나봐."
 "그래?"

 이런저런 말들은 많아도, 오늘은 2월 14일.
 통상적인 대한민국 남녀들의 풍습으로는, 일단 여자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날이었다.

 "나, 여고 나왔으니까……율인 모르려나."
 "여고에선 받는 거야?"
 "음, 여자애들끼리 있으니까 여자가 주고 여자가 받는거지. 동경하는 선배한테 준다던가, 좋아하는 친구한테 준다거나, 귀여워하는 후배에게 준다던가……그치만 화이트데이 때도 뭔가 주곤 했던 걸 생각하면 그냥……뭐 그런 거."

 동경하고,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누군가에게 선물.
 발렌타인 데이의 마음가짐만은 아가씨들의 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상하지 않아?"
 "글쎄, 이상한가?"
 "글쎄요, 난 단 거 먹어서 좋았지만……."

 까득까득, 또 초콜릿을 하나 입 안에 넣고 굴리면서 지민이 말했다. 율이는 이상해.

 "내가?"
 "발렌타인에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남자는 처음 봤어."
 "그런가, 흔하지는 않을 거 같지만."
 "응. 이상한 기율 씨."
 "이상해서, 싫어?"
 "아니,"
 
 초콜릿을 전부 삼키고도, 그녀는 오랫동안 말을 골랐다.

 "……좋은 거 같아."

 지민이 다시 손바닥으로 기율의 다리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거의 미끄러져 눕다시피 늘어져있던 그녀의 어깨가 바짝 가슴까지 올라온다. 그 너머로 엿보이는 그녀의 뺨은 얼핏 덜 자란 소녀처럼 앳되고 상기되어보였다. 거꾸로 뒤집힌 이목구비가 빤히 턱을 들고 기율을 올려다본다. 뒤집혀있기 때문일까, 조금 겁에 질린 것도 즐거워하는 것도 같았다.

 "좋아하는 걸까?"
 "그런 걸까?"
 "그런 걸까……."

 지민이 조그맣게 물었다.

 "입맞춰도 돼?"

 하고.

 녹아가는 초콜릿처럼 조금 뭉그러지고, 조금 느리고, 꼭 그것처럼 단 목소리였다고 기억한다.
 그 입술에서 같은 맛이 났으니까, 아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ㄹ님의 초 소중한 모 로그에서 이어지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렇습니당. 스물 하나/스물.
뭔가 한줄요약하면 동경하고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남친에게 발렌타인데이 키스...! 라는 내용의 굉장히 애매(3)한 글이 되는 거 아닐....까? 이건 화이트데이 로그도 아니고 발렌타인데이 로그도 아니고.... ....... ...... 굉장히 애매(4).
졸업식은 대충 2월 중순 정도에 하니까 아마 학교 밖에서 겪는 첫 발렌타인일듯? 원래 그런 거 챙기는 매너가 없는 애긴 하지만... 여고생들의 아이돌이라서 별 생각 없었다고 굳게 믿어봄...ㅋ....ㅋ..... 그럼 뭐해? 내년 2월엔 벌써 헤어졌는뎅........ㅋ...ㅠ..... 네 그냥 이 자리를 빌어 이 남자의 쩔어주는 수제 초코에 열폭들 하라고!ㅋㅋㅋㅋ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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