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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One Song One Tale

Amuro Namie - Fast Car




 오케이, 컷!

 아 끝났나.
 지민 씨 정말 수고 많았어요, 20분간 휴식합니다! 몸 따뜻하게 하고! 네네. 지민은 컷 소리를 듣자마자 잠겨있던 수조에서 헤엄쳐나왔다. 먹먹했던 귀에서 물이 흘러나오면서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아무리 현대물이라고 해도 물거품이 되는 인어공주 컨셉의 영화를 이미 풋풋한 소녀 나이는 훌쩍 지나버린 여배우를 데리고 찍어도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흠뻑 젖은 지민의 어깨 위로 두꺼운 담요가 뒤집어씌워졌다. 둘둘 말리다시피 했는데도 이가 딱딱 부딪쳤다.

 지민 씨는 녹차가 좋다고 했던가?

 인스턴트 커피를 돌리고 있던 스탭이 지나가면서 물었다. 아무래도 새로 녹차를 우려오는 건 귀찮겠지 싶어서 괜찮아요, 하고 손을 뻗으려는데, 코 앞에서 김을 뿜고 있는 머그컵을 발견한다. 지민은 손을 거뒀다. 아뇨, 전 됐어요.

 아.
 따뜻한 녹차라떼였다.



 지민 씨 매니저 말이야.

 보송보송해진 몸으로 난로를 쬐고 있는데, 옆에서 메이크업을 받던 동료가 입을 열었다.

 율이?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 겸 운전기사 겸 코디네이터 겸 기타 등등……에 가깝고 주 기율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도 있지만, 거기까지 설명해줄 필요는 없어보였다. 힐끔 뒤를 돌아보면 당사자인 기율은 수완좋게 다른 스탭의 잡일을 돕고 있었다.

 물건이잖아? 일반인 포스는 아닌데. 어디서 났어?
 어허, 사람이 어떻게 물건이야.
 빼지 말고 말해봐, 국민누나.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이 안 꼬셔?
 그야, 꼬시지.

 당연한 거 아냐? 이 동네 사람들 눈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미인을 좋아한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빛나는 외모의 미남자를 매니저로 달고 다니다보면 이 쪽이 이미 국민누나니 어쩌느니 하는 타이틀을 얻은 영화배우라는 것과는 별개로 또 명함을 받는다. 이따금씩 단역이나 엑스트라 따위로 쓰고 싶어하는 감독들도 있다. 같은 스크린에 비치는 것도 좋겠지 하고 한 두 번은 세워봤지만 남주인공이 묻혀버리는 바람에 편집당하는 가슴아픈 전적도 있다.

 그런데?

 라는 물음엔 왜 아직도 잡일이나 하고 있는데? 하는 질문이 붙어있는 것 같다.
 지민은 조금 심기가 불편해진 참이었다.



 일개 인간이고 마법이나 저주와는 거리가 먼 지민이 정말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무리였다. 감독도 그걸 아니까 적당히 그녀를 익사시키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막 죽을 뻔 했다가 수조에서 기어나온 배우에게 담요를 둘러주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지민은 그 손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등을 감싸주는 몸에 살짝 어깨를 기대며 투정을 부릴 수도 있었다. 머그컵을 건네기 직전의 기율은 티나지 않게 지민을 살짝 끌어안아줬었다.

 녹차라떼보다도 그의 팔이 따뜻해서, 정말로 물 밑에서 살아 돌아온 기분이었다.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 이런 건 확실히 말해둬야지 싶어서 지민은 잠시 기율을 돌아본다. 수다의 반찬이 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멀리서 시선을 느낀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든다. 그가 멀리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향해 여주인공을 지을 수 있는 극상의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지민은 분명하게 대답했다.

 내 꺼야. 못 빌려주지.

 매니저 겸 운전기사 겸 코디네이터 겸 기타 등등……에서의 기타사항은,
 사실 남자친구라고 읽는 것도 같다.





예전에 나왔던 패러렐 썰이 갑자기 생각나서 써보궁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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