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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0202




 노래 불러줄까?

 그 날의 지민도 여느 때의 그녀가 하듯 기율의 몸 위에 엎드린 채 늘어져있었다. 이런 식으로 몸을 맞대고 있을 때면 러그라던가 깔개라던가, 애용하는 전기담요의 대용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녀가 가슴에 귀를 대고 있거나 배에 대고 속삭이거나 하며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지출이 될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무슨 노래를?
 무슨 노래가 좋은데?

 글쎄? 티슈를 한 장 뽑아주며 대답하자, 지민이 어깨를 짚고 일어나서는 눈가를 꾹꾹 눌러닦았다. 그러느라 함께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린 사이, 맞붙어있던 자리 위로 밤의 한기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기율이 추워보인다고 생각한 건지, 뭔가 골몰하는 듯한 표정이었던 지민은 금방 이불을 끌어다 다시 납작하게 엎드렸다. 무거우면 말해야 돼?

 괜찮아.

 다시 체온이 맞닿는다. 그럴 때의 그녀가 습관처럼 묻는 질문에 습관처럼 답하면, 지민의 웃음소리는 체온을 통해 울려퍼지면서 몸 속을 데웠다. 물론 기율이 여자친구를 덮개라던가 목도리나 난로의 용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슨 노래가 부르고 싶은데?
 아무 노래나? 내가 율이를 좋아하고 지금 내 기분이 짱 좋으니까 율이한테 노래를 불러주는, 그런 거니까.
 그런 거네. 기분 좋아?
 네. 다 울었습니다. 기분 짱입니다.

 그리고 지민은 정말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치르치르의 파랑새와 동화작가 안데르센을 꼽더니 대뜸 할 일이 쌓였을 때 여행을 떠나고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 노래와 음악 교과서에 수록될 법한 가곡을 엉망으로 뒤섞어 부르다가, 이제는 오래 된 이별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나의 태양, 나의 하나뿐인 햇빛. 날씨가 흐린 날에도 난 당신 때문에 행복해져요…….

 You'll never know, dear, how much I love you…….

 빤히 눈을 마주 보다가, 노래가 더 비참해지기 전에 입술 위를 누른다. 지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시죠, 태양의 남자께서?
 태양하고는 정리했는데? 태양 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입니다.
 태양을 차다니! 이렇게 대단한 남자랑 사귀는 줄은 몰랐네.

 지민이 어깨를 으쓱대며 잠시 뿌듯해하다가 말했다. 생일 축하 노래였는데, 하고.
 그래? 하고 되묻자, 지민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다른 거.

 아름다운 너의 미소, 감사해 내게 보여줘서,
 너무나도 고마워서 작은 노랠 준비했어…….

 불은 잠시 끄고, 촛불은 잠시 켜고, 눈은 잠시 감고……. 노래로 돈을 벌고 있는 어디의 보컬과는 달리 조금 흔들리고 조금 젖어있는 목소리가, 조그맣게 조그맣게 노래를 부른다. 마음껏 행복해주길 바래, 사랑스런 너의 기쁜 생일에……. 그것이 듣기에 조금 불안하고 조금 떨려서, 기율은 팔을 뻗어 지민의 머리를 누르듯이 끌어안았다. 속삭이듯 읊조리듯 하는 노랫소리가 어깨를 타고 팔을 타고 몸 속까지 울려퍼지면서, 스물 일곱이 되는 그의 오늘에 행복을 빌고 있었다.

 태어나줘서…….

 그가 존재함에 안심하고 있다고, 그와 함께여서 감사하고 있다고,
 사랑하고 있다고,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왜 이건 안 끊는데?
 뭐, 이 노래는 이별노래 아니잖아.
 응? 그런가?

 지민이 잠시 고개를 들더니 한 쪽 벽에 시선을 둔다. 시선을 따라가보면, 벽에 매달린 시계가 소리없이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녀가 집 안이 휑하다며 불쑥 찾아오지 않았다면, 생일이라 해도 지금쯤은 잠들어있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생일 챙겨주려고 일부러 늦게 온 거야? 응. 생일선물은 없지만. 이런, 없어? 실망한 척 능청을 부리자 지민이 즐거운 듯 키득거렸다. 농담이고, 아까 오빠 몰래 냉장고에 넣어놨어. 호오, 오빠? 지금은 두 살 연상이니까. 그렇네, 두 살 연상이지. 이틀 한정이지만. ……그렇네, 이틀 한정이지만. 응, 이틀 한정 오빠. 그나저나……냉장고? 먹는 거야?

 ……아니? 장미꽃인데?





웨말의 강같은 미청년 주기율 군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웨말 멤버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귤덕인 제가 귤이 생축설을 안 쓸 리 없지... 제목은 0202와 비슷하게 읽히도록 노력해봤지만 글하고는 관련이 없는듯 한편 배지민 씨가 멱을 따는 노래는 라디의 Happy birthday인데 별로 상관은 없고... 마음만으로 뭐든 할 수 있다면 고퀄리티 풀컬러 PV를 만들 수도 있겠건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텍스트 온리를...TAT 흑흑... 늘 죄송합니다 더 잘 할게요...
귤아 사랑해 좋아해 이 로그에 묻어서 뉼이 생일도 같이 축하해보구... 릐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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