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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밴드부×방송부냐 방송부×밴드부냐? 하고 순서를 바꿔보고...




 "안녕하세요, ZBS입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익?"

 방송부는 그럭저럭 즐겁다. 그래도 아침조가 걸리면 조금 귀찮아진다. 아침조라고 부르는 건 단순히 아침에 몇 분 일찍 와서 방송실 문을 열고 청소를 한다는 부분 때문이지만, 사실상 하루의 잡일은 전부 아침조가 하는 것이었다. 가령 부원들보다 몇 분 더 늦게 집에 간다던지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리면 손님접대를 하러 문 앞에 나가보는 일 같은 것까지.
 나리는 노크소리를 듣고 나가 평소처럼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가, 눈 앞에 얼굴이 아니라 교복 셔츠가 보이는 것에 조금 당황했다. 턱을 조금 들어올리자 나리보다 머리 두 개 즈음 커보이는 남자가 선량한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윤 나리 양?"
 "아, 당신……."

 물론,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당신이라고 부르면 곤란하다. 급하게 입을 가리고, 나리는 필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생각했다. 밴드부 소속인 건 알겠는데 성이 밴이고 이름이 드부일 리는 없고, 이름, 이름! 단어의 뜻은 잘 모르겠지만 왠지 한 단어 같은 느낌의 이름이었는데……. 잠깐만,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혼란에 빠진 사이 눈 앞의 남자가 유하게 자신의 셔츠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거긴 왜? 아, 명찰을 꺼내고 있다. 그렇지, 명찰에는 보통 이름이 쓰여있는 거니까……!

 "……주 기율 선배님. 방송실에는 무슨 일이신가요?"
 "지민이가 늦길래, 있어?"
 "지, 지민 선배님이요?"

 간신히 혼란상태에서 벗어나려는데 이번엔 석화(石化).

 방송실 문 앞에서 호출할만한 '지민이'라고 해봤자, ZBS에 지민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18기 엔지니어인 배 지민 선배 정도가 전부고 유일하다. 방송부, 특히 엔지니어들과 밴드부의 사이는 왠지 모르게 썩 좋지 않았는데, 1학년인 나리만 해도 몇 번인가 밴드부와 충돌한 기억이 있다. 그 중에 이 3학년이라고 하자면, 지난 축제에서도 무대 뒤에서 지민 선배와 입배틀을 했던 남자가 아닌가? 아닌가, 정작 무슨 얘길 나눴는지 듣기엔 그 입에 걸레 문 보컬이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두 사람이 너무 작게 말하기도 했지만 분명히 거친 말이 오갔을 게 분명했다. 배틀! 방송부의 명예를 건 BATTLE!

 "아 미안, 기다렸어?"
 "……네?"

 머리 뒤로 빼꼼, 지민 선배가 물었다. 줄곧 같은 부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선배를 나리가 기다렸을 리는 없을텐데 무슨 말씀이실까. 혹시 당신! 즈음부터 듣고 계셨던 걸까 싶어서 겁을 먹고 돌아보는데, 선배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저, 나리 양."
 "네, 네?"
 "기다린 건 아닌데 찾으러 왔으니까 좀 나와달라고 전해줄래요?"

 다행히 문 앞의 기율 선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저 죄송하지만 지민 선배는 갑자기 없어지셨어요 하고 말할 수도 없어서 다시 돌아보자, 지민 선배가 기계 뒤에 숨겨두곤 하는 선배의 학생화를 손에 든 채 양말만 신고 서 있었다.

 "안 전해도 돼."
 "아, 네."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나면서 문 앞을 비켜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지민 선배는 문 대신 이 쪽으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후배님은 아무 것도 못 본 거야. 아무 것도 못 들은 거고.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배가 속삭였다.
 다정하고 상냥한 선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사실 지민 선배는 이럴 때가 무섭다.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같은 얘기라도 해야 무사히 집에 보내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드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선배가 사라지고 없었다. 문 너머를 슬쩍 엿보자,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현관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응?
 ……응? 뭐라구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몇 번 눈을 깜빡여본다. 그 사이 선배들은 현관 밖으로 나가버렸다. 동아리의 프라이드를 건 살벌하고 거친 배틀을 하러 나가는 거치곤 좀 다정해보이지 않나 당황한다. 음, 그러니까 배틀은……아니, 아무 것도 못 봤어야 하는데……분명히 팔짱끼고 있었지……팔짱이란 건, 아니 잠깐, 아니……그러니까……!

 펑, 그렇게 나리의 라이프포인트가 0가 되었다……는 뻥이고





 고딩 패러렐인데 별로 의미는 없는듯.... 사실 그 배틀은 몇 페이즈 전부터 일시휴전 상태였던 게 아닐까 싶지만 그것도 별로 상관없음... 허리가 부서질 것 같으니 이만 자러..../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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