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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방송부×밴드부냐 밴드부×방송부냐?




 "아, 아, 아 씨발, 마이크 볼륨 좀 줄이라고. 울려서 목소리 다 묻히잖아-요."

 요우, 요우, 요……. 뭐 그런 이상한 메아리가 대강당에 웅웅 울려퍼진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이 쪽에서 새파란 후배들에게 경어를 쓰고 허리를 굽혀줘도 마지못해 붙여주는 요 정도가 이 쪽으로 돌아오는 예의의 전부였다. 방송부의 모토가 친절한 서비스인 것처럼 밴드부의 모토는 그 나름의 시건방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모쪼록 입 한 번 더러운 보컬이다. 허세를 잡는 걸 보면 여자친구라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려는데,

 "아오 저 보컬새끼, 오늘 아침밥으로 걸레를 쳐드셨나……."
 오호, 이게 더 그럴 듯 하네.

 1학년 엔지니어가 벌레씹은 표정으로 기계실에 들어오다가, 문에 기대 서 있는 지민을 발견하고 안색이 파리해져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계신 줄 몰랐어요! 귀여운 후배에게 유령 취급을 받은 건 그렇다고 쳐도, 인사 전의 혼잣말이 문제다. 직속 관리를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어떻게든 2학년 엔지니어인 지민에게도 불똥이 튄다.
 지민은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그대로, 겁먹은 후배의 눈을 내려다본다.

 "나 없으면 엔지니어가 기계 앞에서 욕해도 되는 거야?"
 "아니요. 죄송합니다."
 "밴드부가 저런다고 우리도 똑같이 굴 거 없지?"
 "죄송합니다, 선배님."
 "조용히 볼륨이나 조절해드려, 학교 축제니까……."

 "ㅡ아, 왜 이렇게 느려? 방송반은 감투야 씨발? 드럼 마이크도 두 개밖에 안 주면서 이것도 못해? 하여튼 학교가 존나 구려……저기 앰프도 못 미더운데 재조정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건 취향도 타는 건데."
 "……."

 ……축제니까 좋게좋게, 알았지? 수고 좀 해, 하고 깔끔하게 훈계를 끝낼까 했는데, 시건방이 모토인 밴드부의 1학년 보컬께선 마이크 테스트가 부족하셨던 모양이다. 지민은 잠시 입을 다물고 음향실 바깥에 시선을 뒀다. 먼저 움직이려는 후배를 제치고 직접 음향기기 앞에 앉아 마이크 음량을 바닥까지 죽여버렸다.

 "ㅡ선배님?"
 그리고 기계에 붙은 안내용 마이크에 가볍게 손을 댄다. 아. 아.

 "안녕하세요. 2학년 엔지니어 배 지민입니다."
 "불만이 많으신 모양인데, 도와드릴 부원을 보낼테니 취향대로 직접 손보시겠어요?"

 그러자 1학년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서 있던 키 큰 남자 하나가 무대 위로 풀쩍 올라온다. 전부 은퇴하고 없는 이 쪽의 3학년 선배들에 비해 상당히 위기감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그는 밴드부의 3학년이다. 지민이 그의 학년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건, 저 밝은 머리색의 베이시스트가 입학행사 때에도 이 대강당에서 축하공연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때에도, 그 다음 축제에도, 그 다음 행사에도 지민이 생각했던 건…….

 아.
 그가 기계실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기에, 지민도 마이크를 끄고 답례하듯 손을 흔들어본다.

 "선배님, 그럼 다녀오겠습니ㅡ"
 "아니, 넌 마이크 음량 다시 조절해드려."

 지민은 앉아있던 자리에 후배를 앉혀주고 무대로 올라갔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저 사람의 이름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패... 패러렐인듯 그리고 작업을 걸러 가는 중인듯...ㅋ!
2반 이쁜이가 너냐? 도 써보고 싶지만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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